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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불상의 도시, 루앙프라방(2)

도시와 사람들
D·I·G·I·T·A·L JOURNAL  2018. 12

루앙프라방은 격자로 조성된 구획마다 사원이 있어 ‘사원의 도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라오스의 불교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씨앙통(Xieng Thong) 사원이다. ‘황금 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의 씨앙통 사원은 루앙프라방의 관문이 되어왔다. 참고로 씨앙통은 루앙프라방의 옛 이름, 므앙 씨앙통(Muang Xieng Thong)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므앙’은 독립적인 지휘를 누리는 도시 형태의 국가를 의미한다.

이 지역을 오랫동안 점령했던 미얀마와 씨암의 세력들이 메콩강 반대편에서 배로 메콩강을 건너 강변의 계단 길을 따라 사원을 통과하여 도시로 들어섰다고 한다. 이 사원은 란쌍왕국이 서쪽으로는 씨암, 북쪽으로는 버마와 각축을 벌이는 동안 셋타티랏 왕이 1560년에 건설한 것이다. 얼마 후 바간 왕조를 이은 버마의 따웅우 왕조의 간섭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수도를 위앙짠으로 옮겼지만 왕정이 유지된 1975년까지 왕실의 후원을 받아 잘 보존되어 왔다.

대법전 뒷면 전체에 만들어진 ‘삶의 나무(Tree of Life)’라 불리는 힌두교와 불교를 바탕에 둔 우주론을 형상화한 모자이크가 만들어져 있다. 그 외 갖가지 색상을 입혀 라오스 일상생활의 모습을 보여주는 외벽의 모자이크 장식은 정원과 어우러져 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사원을 만들어냈다.

푸시 언덕 정상의 황금탑 탓 쫌씨(That Chomsi)
푸시 정상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사람들

또한 ‘푸시(Phou Si, 신성한 산)’라고 불리는 루앙프라방 중앙에 솟아있는 산이 있는데, 이곳은 루앙프라방의 정신적, 종교적 중심이다. 불교와 힌두에서 말하는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Mount Meru)을 상징하는 것으로, 언덕 정상에 황금탑인 탓 쫌씨(That Chomsi)가 세워져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메콩강과 칸강에 둘러싸인 루앙프라방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특히 해질녘이면 메콩강 너머로 아름다운 일몰을 보기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관광객들 사이로 석양에 비친 루앙프라방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느리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일몰을 보고 푸시에서 내려올 시간이 되면 왕궁 박물관 주변의 거리 일대에 야시장이 들어선다. 한때 몽족들이 모여 수공예품을 만들어 장사하던 곳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대규모 기념품 시장으로 변한 것이다. 

루앙프라방 야시장

라오스의 대표적인 종족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는데, 메콩강 주변의 평야지대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라오족으로 대표되는 라오룸(Lao Lum), 낮은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카무(Khamu)족으로 대표되는 라오텅(Lao Tung), 고산 지대에서 살아온 몽(Hmong)족으로 대표되는 라오쑹(Lao Sung)이 있다.

특히 북부 지방에는 라오룸보다 라오텅과 라오쑹에 속하는 종족들의 인구가 다수를 이루는데, 루앙프라방에는 전체 거주 인구 중 카무족(46%)과 몽족(14%)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야시장에서 발견되는 수공예품들은 루앙프라방 일대의 소수민족들의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대량생산된 태국과 중국산도 많지만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문양의 장신구와 실크와 직물 등 라오스 전통이 가득한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의 거리에는 강변의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이나 꽤 이름난 카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두 개에 불과하던 카페(커피숍)가 고소득 업종으로 부각되면서 새로운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과일 주스를 즐기던 라오스 사람들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커피의 진한 향에 빠져들고 약속과 모임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라오스 커피의 유기농 생산과 공정무역 규정을 강화하면서 농가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시설과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 결과 농가의 커피 품질 개선과 생산량 증대가 이뤄졌고 수익도 2배 이상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이름난 조마(Joma)나 샤프론(Shaffron) 등의 카페도 커피 판매 뿐 아니라 커피 원두를 생산하면서 현지 직원들을 교육하고, 농가들의 생산 증대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창업주들이 크리스천이었다는 사실은 필자가 마시는 커피에 희망을 더한 맛을 선물했다.

UXO(불발탄) 방문자 센터의 영상물에서 피해자 인터뷰 한 장면

이처럼 라오스는 아름다운 자연과 낭만으로 가득 찬 도시로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면에 불발탄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대체 이 불발탄은 왜 라오스에 묻혀 있게 되었는가? 제 2차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미국이 인도차이나반도의 공산화를 우려해 약 200만 톤의 폭탄을 라오스 전역에 뿌려져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하지만 당시 투하된 폭탄 2억 6천만 개 중 터지지 않고 남아있는 8천만 개의 불발탄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라오스 정부도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NGO단체들의 지속적인 도움 속에서 불발탄 제거를 위해 상당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였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불발탄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UXO(불발탄) 방문자 센터에 전신된 불발탄

루앙프라방에는 불발탄 피해와 복구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UXO(Unexploded Ordnance, 불발탄) 방문자 센터’가 있어 방문해 볼 만하다. 센터에 들어서면 15분가량의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시청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 B52폭격기가 출격할 때 병사들을 앞에 놓고 함께 예배드리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었다. 기독교는 ‘미국의 종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 영상물을 시청하게 되는 누구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사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이는 공적인 행사에서도 공공연히 상영되어 ‘미국은 우리의 적’이며, ‘기독교는 우리의 적’이라는 인식을 계속적으로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라오스 선교의 넘어야 할 큰 산처럼 보인다.  글 | 채형림(SIR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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