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사람들
D·I·G·I·T·A·L JOURNAL 2017. 12
아래의 글은 필자가 직접 두 번에 걸친 라카인 주 여행(2016년 11월 15일~ 23일, 2017년 5월18일~ 5월25일)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낌 점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
미얀마의 라카인(Rakhine) 지역은 미얀마 남서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국제 뉴스를 통해 널리 알려진 ‘로힝야(Rohingya)’ 무슬림 종족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미얀마의 중앙지역 혹은 동쪽지역에서 라카인 지역을 가려면 이를 가로막고 있는 높은 아라칸(Arakan)산맥을 넘어가야 하고 길도 좋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입니다. 이번 여행의 동기는 미얀마의 미전도종족 중에서도 라카인 종족의 복음화율이 현저히 낮고, 그 지역과 종족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현재 라카인 지역에서 라카인 종족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 거의 없다는 소식을 듣고 라카인 종족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그들을 만나보고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양곤에서 시트웨(Sittwe) 가는 길, 30시간
시트웨는 라카인 주(主)의 주도로 지형적으로 북쪽으로 방글라데시, 서쪽으로 벵골만을 접하고 있는 칼라단(Kaladan) 강어귀에 위치한 항구도시입니다. 필자가 거주하는 양곤과는 약 900여km거리에 위치한 곳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양곤에서 시트웨까지 버스로 24시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라먀웅’이라는 다리가 공사 중이라 배로 차들을 실어 나르는 데에만 6시간 정도 소비되어 총 30시간을 지난 다음 날 오후 2시쯤(참고로 양곤에서 전날 아침 8시 출발했습니다) 시트웨에 도착했습니다. 시트웨에 가는 방법은 버스 외에 짜욱퓨(Kyaukpyu)에서 배를 타는 방법도 있습니다. 배가 매일 운항하는 것이 아니므로 꼭 확인을 하고 이용해야 합니다. 두번째 시트웨를 방문할 때에는 짜욱퓨에서 5시간 정도 배를 타는 루트를 이용했습니다.
30시간의 버스여행은 힘들긴 했지만 처음 가는 길이고 라카인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에 많이 지루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같은 버스 탔던 분 중에 한 분이 휴게소에서 쉴 때마다 반갑게 말도 걸어주고 잘 대해 주셨습니다. 그 분은 짜욱도(Kyauktaw)에 사는 분으로, 짜욱도를 방문할 예정이라 하니 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연락처를 주셨습니다.
시트웨(Sittwe)
시트웨는 라카인 종족, 중국인, 인도인, 친족, 로힝야족 등 다양한 종족 섞여 사는 약 20만 인구의 주도입니다. 특히, 무슬림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무슬림 사는 마을은 구분되어 있고, 라카인 종족이 들어가지도 않고, 무슬림들도 밖으로 나오지 않아 서로 왕래가 거의 없는 지역도 있다고 합니다. 항구도시답게 응아차욱(생선 말린 것으로 우리나라의 멸치, 포 같은 종류), 응아몽(생선과자) 등의 생선을 가공한 지역 특산물들이 눈에 띕니다. 응아몽(생선과자)은 생선살을 얇게 썰어서 말린 것인데 기름에 튀겨서 먹으면 매우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씨트웨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므락우(먀욱우, Mrauk-U)를 가기 위해 시트웨를 경유하지만, 과거 해양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유서 깊은 도시로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수산 시장, 센트럴 마켓, 라카인 문화 박물관, 뷰 포인트(View Point), 파고다 2곳, 깐도지 호수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상가들은 거의 보기 힘들고 대부분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천천히 칼라단 강을 따라가면 바다와 강이 만나는 뷰 보인트에 다다르는데 쉬엄쉬엄 걸으며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습니다.
시내 중심부의 부동산 시세는 생각보다 매우 높았습니다. 미얀마의 특징 중의 하나는 부동산이 나라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땅의 많은 부분을 군부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라카인 언어는 버마어와 매우 비슷합니다. 글자는 같은 글자를 사용하고 있고, ‘밍글라바(감사합니다)’를 ‘몽글라바’, ‘쩨주띤바대(감사합니다)’를 ‘쩨주떤바래’로 발음하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트웨는 미얀마 다른 도시에 비해 파고다(불교 사원)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외국인 여행객 중에 동양인은 보기 힘들었고, 대부분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곳에 라카인 교회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곳에 라카인 교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라카인 사람들은 모두 불교도라며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에 비해 무슬림에 대해서는 매우 나쁜 인식과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라카인 종족들의 무슬림에 대한 인식과 감정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여행 시작 전에 시트웨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은 YUFL 미얀마어과 교수님이 동생 가족들을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그 인연으로 가족들과 만나 시트웨에 대한 이야기와 시트웨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조카를 통해 자가용으로 편하게 시내 투어와 라카인 지역의 대표음식인 ‘몽띠’까지 대접을 받았습니다. 손님 접대에 마음을 쓰는 이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 두번째 시트웨를 방문했을 때 다시 이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 방문 때에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며 도와줄 일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도와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양곤에서 경험한 버마족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데 라카인에서 만난 분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 호전적인 종족이라고 불리는 이유가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 시작 전에 시트웨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은 YUFL 미얀마어과 교수님이 동생 가족들을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그 인연으로 가족들과 만나 시트웨에 대한 이야기와 시트웨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조카를 통해 자가용으로 편하게 시내 투어와 라카인 지역의 대표음식인 ‘몽띠’까지 대접을 받았습니다. 손님 접대에 마음을 쓰는 이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
두번째 시트웨를 방문했을 때 다시 이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 방문 때에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며 도와줄 일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도와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양곤에서 경험한 버마족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데 라카인에서 만난 분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 호전적인 종족이라고 불리는 이유가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짜욱도(Kyauktaw)에서 만난 아저씨
시트웨를 떠나 시트웨 근교의 작은 도시 짜욱도를 방문했습니다. 짜욱도는 아주 작은 도시입니다(우리나라의 ‘읍’ 단위정도 크기로 보입니다). 미얀마 현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큰 파고다가 두 곳이 있어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지만 외국인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짜욱도 외각으로 큰 강줄기가 있는데, 강 주변에 무슬림들이 사는 지역이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무슬림들이 사는 지역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들어가면 무슬림들이 목을 자를 것이라며 말립니다. 라카인 지역 사람들이 무슬림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시트웨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만났던 아저씨와 연락이 닿아 짜욱도에서 반가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도착 30분 전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저씨의 아내와 아이들은 양곤에서 지내고 혼자 살고 계셨습니다. 아내가 신장병이 있어서 치료를 받기 위해 양곤에서 지내고 있어서 1년에 한두 번 정도 아내와 아이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양곤에 자주 가지도 못한다고 하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번이 가족들을 만나러 양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나를 만난 것입니다. 아저씨는 책을 많이 읽은 분이셨는데 특히 기독교에 관련된 책도 많이 읽어서 기독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필자의 언어실력이 좋지 않아서 자세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파고다에서 많은 기도의 시간과 많은 물질을 드리는데 이것이 잘못 되었다며 미얀마 사람들이 불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파고다에서 기도를 드리고, 기부를 하는 것 보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짜욱도 아저씨의 마음이 전해져 왔습니다.
짜욱도에서의 해프닝
짜욱도로 가기전 짜욱도 숙소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아저씨께 호텔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미얀마는 외국인은 무조건 호텔에서만 머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짜욱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대해 물으니 외국인이 현지인 집에서 자도 괜찮은 줄 알았다며 그제서야 호텔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미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워낙 작은 도시라 호텔이 없었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갔더니 외국인은 머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기와 수도도 없는 아저씨 집에서서 자고 새벽 일찍 버스가 아닌 개인 트럭을 타고 므락우로 출발했습니다. 짜욱도는 외국인이 머물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므락우(먀욱우, Mrauk-U)
먀욱우라고도 불리는 므락우는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타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입니다. 므락우는 라카인 종족이 처음으로 거주하며 살기 시작된 곳으로 역사적 유물, 파고다, 불상 등이 매우 많은 곳이며, 이곳의 유적지들은 금을 입힌 파고다, 불상보다는 돌로 만든 불상과 파고다가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라카인 종족의 역사는 버마종족의 역사보다 앞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오래된 유적들이 많습니다. 므락우 도시를 돌아볼 때는 싸이카(세 바퀴 오토바이)를 빌려서 택시 기사로부터 가이드를 받았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역사 시간에 배웠던 라카인 역사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고, 특히, 라카인 종족이 7개의 하위종족으로 분류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관광명소이고 관광객이 많다보니 작은 도시지만 모텔이 많지만 숙박 비용은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응아빨리(나빨리, Ngapali), 미얀마의 나폴리
므락우에서 응아빨리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어 서둘러 예약을 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25인승 로컬 버스였는데 에어컨은 있지만, 외국인은 필자 단 한명 뿐이었고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15시간 가야해서 여간해선 즐기기 어려웠습니다. 간신히 버티고 응아빨리의 관문 도시라 불리는 딴뒈(Thandwe)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시간이 새벽이라 그런지 개발이 안 된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의 모습도 다른 도시와는 달리 다(多)종족이 아닌 대부분이 라카인 종족이 거주하는 도시인 것으로 보입니다. 딴뒈 버스터미널에서 오토바이 택시로 15분 정도를 달려 해변 도시인 응아빨리에 도착했습니다.
응아빨리는 라카인 주의 중남부에 위치한 해변으로,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된 해변 중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도시이지만, 공항도 있고 해변을 따라 호텔, 리조트들이 줄지어 있어 미얀마가 아닌 외국의 휴양지 같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해변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이라 외국인 관광객과 미얀마 부유층이 많은 곳이라 합니다. 현지인들의 생업은 대부분 식당, 숙박업, 수공예품(조개껍데기, 소라 껍질로 만든 목걸이와 기념품)판매, 자전거 대여 등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정탐보다는 쉼을 목적으로 간 곳이었는데, 한국에서도 본적 없는 아름다운 해변과 백사장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녁에는 백사장에 있는 식당에서 석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저녁을 먹으니 더없이 평안하고 아름답더군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지으시고 필자에게 쉼을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렸습니다.
짜욱퓨(Kyaukpyu), 미얀마 경제특구
짜욱퓨를 방문한 시기는 미얀마에서도 가장 더운 시기인 5월에 다녀왔습니다. 양곤에서 버스로 18시간 동안 달려서 도착한 짜욱퓨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미얀마의 경제 특구로 지정된 도시로 경제적 중요도가 높은 곳입니다. 짜욱퓨 또한 해안 도시로 해변이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짜욱퓨 앞 바다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이 놓여져 있다고 합니다.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해안가에 대구모 공업 단지들을 건설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싸이카 택시를 빌려서 기사 아저씨의 가이드로 시내와 짜욱퓨 근교를 돌아보았습니다. 시내는 매우 작았고 거주 인구도 매우 적어 보였습니다. 시내 쪽에 둘러보다 카톨릭 교회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라카인 사람들도 교회에 가냐고 물어보니 일부는 교회에 다닌다고 합니다. 카톨릭 교회지만 라카인 지역에서 처음으로 본 교회여서 반가웠습니다. 짜욱퓨를 돌아보다 큰길 가에 대우 인터내셔널과 KOICA에서 설립한 공동체의 표지판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이드의 설명으로 방글라데시 난민캠프가 있는 위치를 가보았는데 외부인들은 출입이 되지 않아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길가 멀리서 바라만 보고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라카인 지역은 미얀마의 다른 지역에 비해 도로가 발달되지 않아 경제 등 여러 부분에서 교류와 발달이 아직 활발하지 못함을 봅니다. 특히, 방글라데시, 인도와 인접한 지역에는 무슬림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 외 많은 종족들이 살고 있는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역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라카인 종족 사람들은 일반적인 미얀마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않는 다른 종족보다는 그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이해하는데는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두 번의 라카인 주의 5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혼자 하는 여행의 한계도 느끼고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정리하기에는 전문적인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라카인 지역을 밟았다는 것과 처음으로 라카인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만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지역과 각각 종족 사람들의 삶과 특징에 대한 연구와 특히 언어에 대한 공부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미얀마 미전도종족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매력적인 라카인 종족을 소개하며 추천 드립니다. 글 | 웨린(現 미얀마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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