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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마음을 담는 까오니여우

카스 디스커버리
D·I·G·I·T·A·L JOURNAL  2018. 12

출처: 코트라 비엔티안 무역관,
https://www.kotra.or.kr/KBC/vientiane/KTMIUI010M.html

한국인에게 김치가 그렇듯, 라오스인들도 고국을 오래 떠나 있을 때 가장 먹고 싶고, 생각만 해도 마음 편해지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까오니여우(Khaoniao; 찹쌀밥), 땀막훙(Tam Makhoung; 파파야샐러드), 삥까이(Ping Kai; 통닭구이) 등이다.

그 중에서도 라오스인들은 까오니여우를 단연 첫째로 꼽는다. 라오스인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꼭 이 까오니여우와 고기반찬을 먹는다. 물론 최근 라오스의 도시 여성들을 중심으로 다이어트를 위해 당분과 열량이 높은 까오니여우를 멀리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오니여우는 여전히 모든 라오스 음식의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음식 이상의 라오스인들 특유의 정서와 혼을 담은 소위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할 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쌀과 밥은 있지만, 까오니여우 만큼은 라오스에서 나는 쌀이 아니고는 그 특유의 식감과 맛을 대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오스인들은 언제부터 까오니여우를 먹기 시작한 것일까? 관련 학자들에 따르면, 약 4,000년 전부터 라오스인들의 주식은 이 까오니여우라 불리는 찹쌀밥이었다고 한다. 라오스의 찹쌀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동글동글한 모양이 아닌 기다란 모양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쌀인 안남미(安南米), 즉 인디카(Indica) 품종의 롱그레인(long grain) 계열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다만 찹쌀이니 안남미처럼 후두둑 날리지 않고 찰진 것이 특징이다.

라오스인들의 주식이 이 찹쌀밥인 것을 보고 처음에는 경제수준에 비해 이 사람들의 식단이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우리나라 어려운 시절에는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쉽게 먹을 수 없었던 음식이 찹쌀밥이었으니, 우리네 정서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그 연유를 알고 보니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이는 어떤 근거 있는 이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설’이기는 하지만, 그 연유란 이렇다.

먼저, 부족한 쌀 수확량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연중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안남미 벼농사의 경우 1년 2~3모작이 기본인데, 라오스는 관개(灌漑) 기술이 취약하여 1년 1모작 밖에 못하는 형편이어서 인근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남미 수확량이 많지 못하다. 그러다보니 쉽게 날려서 헤픈 안남미보다는 점성이 있어 한톨한톨 알차게 먹을 수 있는 찹쌀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가난해서다. 안남미는 그 자체만으로는 포만감을 주기 부족하기 때문에, 안남미를 주식으로 하는 주변 나라들의 식단을 보면 아무리 서민들이 간소하게 먹어도 넓은 접시에 안남미 밥을 담고 그 위에 조리된 나물이나 고기 등의 반찬을 덮밥 형태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라오스는 나라 전체가 워낙 가난해서 밥에 올라가는 한두 가지 반찬도 매끼니 먹기 어려운 형편들이어서 짭조름하게 조리한 나물반찬 하나 정도에 그 자체만으로도 열량이 높고 포만감을 주는 찹쌀밥, 까오니여우를 찍어서 먹는 식단이 보다 적합했던 것이다.

그런 반찬도 여의치 않을 때나 밖으로 일하러 갈 때는 “띱(Tip)”이라는 작은 대나무 밥통에 까오니여우만 담아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까오니여우가 라오스인들의 주식이 된 연유가 이렇다고 하니 까오니여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까오니여우는 조물조물 할수록 당도가 올라가고 찰기가 더해진다.
출처: 코트라 비엔티안 무역관, https://www.kotra.or.kr/KBC/vientiane/KTMIUI010M.html

까오니여우에 얽힌 라오스인들의 정서는 이러한 어려운 경제 사정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까오니여우 식사법에서도 그들의 오랜 정서가 담겨 있다. 라오스에서 식사를 하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이 라오스인들이 이 까오니여우를 먹는 모습이었는데, 그들은 보통 수저가 아닌 손으로 까오니여우를 적당량 떼어서 한참을 조물조물해서 먹는다. 보통은 손을 씻고 주무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까오니여우의 점성을 이용해 손의 때를 닦아내고 먹기도 한다. 이때 손을 닦은 까오니여우는 자연에 ‘고수레’한다.

원래 찹쌀은 영어로 ‘glutinous rice’ 또는 ‘sticky rice’라고 해서, 끈적거리고 손에 달라붙는 쌀이란 뜻인데, 라오스의 까오니여우는 차지기는 하지만, 그런 끈적이는 성질이 없다. 그래서 손으로 한참을 조물조물해도 손에 달라붙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쌀 특유의 성질과 함께 쌀을 불려 증기로 쪄내는 고유의 조리방법 때문이라고 한다.

까오니여우는 조물조물 할수록 당도가 올라가고 찰기가 더해지는데, 그래서 까오니여우를 먹는다는 것은 손으로 밥을 찧어 작은 찰떡을 만들어 먹는 것 같아 보였다. 식탁 아래로 손을 내려 한참을 조물조물하면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대화에 집중하다보면 언제 먹는지도 알 수 없고, 대나무 밥통 띱을 열어 밥을 살짝 떼어내고는 밥이 쉬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해 뚜껑은 바로 다시 닫아두기 때문에 밥을 얼마나 먹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라오스 사람들의 식사 시간은 꽤 긴 편이다. 밥을 먹는지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까오니여우와 라오스 가정식 요리

여기에는 라오스인들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우선 그들은 자존심이 강한 민족성을 지니고 있어서 여간해서는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겨우 까오니여우 한 통, 그마저도 넉넉하지 않지만 결코 빈궁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대나무 밥통에 밥이 얼마가 남았는지 또 내가 얼마나 먹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밥이 적어 거의 안 먹고 있으면서도 서로 드러내지 않고 오랜 시간 함께 대화를 나누며 나름의 식사(?)를 즐긴다.

한편 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계 중심의 정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내가 가난하여 비록 아침에 싸온 까오니여우 작은 대나무 밥통 하나로 점심도 떼어 먹고, 저녁도 떼어 먹고 있지만 함께 식사하는 상대가 걱정하거나 그것으로 미안해하지 않도록, 그보다는 함께 나누는 대화와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서를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관계 형성이 결코 녹녹치 않은 라오스인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라오스 선교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라오스인들은 아무리 화가 날만한 상황에서도 사람 면전에서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매우 무례한 일로 여긴다고 한다. 사람 관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화를 내는 것은 그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것과 다름없고, 그래서 화를 내는 대신 차라리 그 자리를 피해 다시 그와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까오니여우는 라오스인들의 따뜻하면서도 사뭇 애달픈 정서가 담겨 있다. 밥 먹는 방식에 이러한 정서가 담겨질 정도로 오래도록 가난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까오니여우를 통해 가난 중에 자족하는 법을 배웠고, 그 속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을 배웠다. 또한 이를 통해 힘이 없어 당하는 부침의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자존심을 지켜왔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과 함께 사역하려면 먼저 라오스의 까오니여우에 담긴 그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야 할 듯싶다.  글 | 강호석(SIR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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