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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남부SOUTHERN THAILAND를 가다(1)

도시와 사람들
D·I·G·I·T·A·L JOURNAL 16호 2019. 3

2018년 8~9월 약 20여 일 동안 4명의 SIReNer는 태국 남부의 총 14개 중 11개의 짱왓(changwat), 15개 도시를 방문하여, 총 주행거리 2,567km의 대장정을 마쳤다. 태국 남부는 안다만해(Andaman Sea)와 타이만(Gulf of Thailand) 사이의 말레이반도 일부 지역을 말하며, 지리적인 구분으로 태국의 춤폰(Chumphon)을 시작으로 최남단의 나라티왓(Narathiwat)까지 총 14개의 짱왓을 포함한다.

태국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서늘한 겨울철이 없는 남부는, 긴 우기(1년 2차례)가 있는 고온 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를 보인다. 이런 기후로 인해 태국 내 최대 고무 생산량(70%)을 자랑한다. 동서로 바다와 인접해 어업이 발달하여 풍성한 해산물을 접할 수 있다. 남부의 도로위로 펼쳐진 푸르른 고무나무와 저렴한 가격으로 배불리 먹었던 해산물 뷔페가 불현듯 그리워진다.

나콘 시 탐마랏에 위치한 해산물 뷔페식당(랑꾀식당)

이름난 휴양지인 푸껫(Phuket), 끄라비(Krabi) 외에는 잘 알려진 바가 없는 남부 지역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태국 내에서도 복음화율 0.2%이하의 미전도전방개척 지역인데다 미전도종족인 빠따니 말레이(Pattani Malay) 종족(0.01% 복음화율)이 다수를 이루는 지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 남부 전역으로 이슬람의 확산이 빨라지고 있다는 “이슬람 북진설”에 대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주요했다. 불교의 나라 태국에 무슬림이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국 전역에 6백만이 넘는 무슬림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다.

특히 말레이시아에 인접한 태국 남부 3개 짱왓(빠따니Pattani, 얄라Yala , 나라티왓Narathiwat)에는 ‘자위어(Jawi)’라고 불리는 말레이 방언을 구사하며 이슬람을 믿는 빠따니 말레이 무슬림들이 많이 산다(인구의 약 80%). 사뚠(Satun)도 다수의 말레이계 무슬림(70%)이 거주하는 곳이지만 빠따니 말레이와는 다른 말레이시아 케다(kedah)방언을 사용하고, 10% 미만만이 자신을 말레이족이라 주장하는 상당히 태국화된 무슬림들이다.

그러나 언어, 종교, 민족적으로 말레이의 일부였던 지역이 불교 국가인 태국에 속하면서 그에 따른 갈등과 분리 독립운동이 남부 남단의 4개 짱왓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다. 2000년대 이후로 급증한 크고 작은 폭발 사고와 총기 사건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이 커지면서, 남부에 대한 인식은 높은 범죄율, 지방 특유의 관료적 부패와 밀수 등 부정적인 평판이 대분을 차지하였다. 남부 지역 사람들 역시 중앙 정부로부터의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 불평등에 대한 지역적 반감이 증가하며 남부특유의 독립적인 지역적 정서를 형성해 왔다.

필자는 이러한 정서는 사실상 정치, 경제와 맞물려 남부 무슬림들의 도시 이주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치안과 교육이 불안전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2004년 동남아시아를 덮친 쓰나미의 피해로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고 현지 사역자들은 전한다.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검색대가 놓여있다

태국 남부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슬람 북진설”은 강경 무슬림의 전략으로 인한 이슬람의 확산이건, 아니면 정치나 경제 혹은 기후적인 이유에서의 자연적인 확산이건 태국 남부 말레이들의 이주는 서서히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맞는 이야기다. 이는 “이슬람이 몰려오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단지 경각심을 갖기보다, 그들이 복음을 보다 접하기 쉬운 거점도시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회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태국 남부를 단순하게 무슬림 권역이라고만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남부에는 빠따니 말레이 종족 외에 다양한 종족그룹이 존재한다(종족들의 숫자는 joshuaproject를 참고, 2019).

‘팍타이(Pak Tai)’라 불리는 남부 타이는 가장 큰 그룹(5,054,000명, joshuaproject)으로, 주로 불교도들(99.10%)이며 몇 세기 전부터 중국으로부터 이주해 살아온 중국인들과 몬-크메르계열 사이의 후손들이다. 이들은 방콕을 중심으로 한 태국 중부에 거주하는 타이인들과는 구분되어 같은 타이어를 사용하지만 중부인 들로부터 자주 무시를 당해왔다. 팍타이의 언어 구조상 목소리가 크고 싸우는 듯 하고, 성격이 과격하고 의지가 강하며 고집이 센 편이다. 이로 인해 타 지역사람들이 적응을 못하고 극성스럽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팍타이’라 불리는 남부 타이 사람(과거 중국인들과 몬-크메르계열 사이의 후손들로 알려져있다)

두 번째 그룹은 남부 타이 무슬림(1,284,000명)으로 주로 말레이시아,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에서 유입된 무슬림들이 이에 속한다. 빠따니 말레이족(1,035,000명)이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은 빠따니 말레이 왕국의 후손들로 주로 빠따니, 얄라, 나라티왓 주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그 외 상당수의 중국계 타이가 있다. 남부뿐만 아니라 태국 전역에 걸쳐 넓게 퍼져있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핫야이 주변 남쪽 지역의 상권을 가진 이들로 상당한 경제력을 지닌 그룹이다.

말레이시아,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에서 유입된 남부 타이 무슬림

태국 남부는 다양한 종족그룹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말레이 무슬림의 문화 외에도 힌두교와 토착신앙이 혼합된 불교와 오래전부터 무역으로 교역을 하며 정착해 온 중국인들의 문화까지 합해진 독특한 남부만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

“부처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나콘 시탐마랏(Nakhon Si Thammarat, 나콘)은 일찍부터 소승불교를 받아들인 곳으로, 태국 남부 불교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나콘 도심에는 국보급의 남부 최대의 절인 “왓 쁘라마하탓(Wat Phra Mahathat)”과 80개 이상의 대형 사원들은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외에 독특한 중국계 태국인들의 토착신앙의 전통 “낀째(Vegetarian Festival)”가 있다. 태국 남부 전역에서 강하게 지켜지고 있는 전통으로, 과거 푸켓의 광산 개발에 투입되었던 중국 노동자들 사이에 퍼진 열병을 막기 위해 채소만 먹으며 신을 달래는 제사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축제로 명성이 높아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드는데, 축제동안 자신의 몸을 자해하며 피를 흘리는 등의 쇼킹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왓 쁘라마하탓(Wat Phra Mahathat)을 방문한 태국 사람들

태국 남부 리서치를 끝내고 돌아보니 스치듯 지나간 순간들이 떠오른다. 안다만 해를 지나며 마주했던 아름다운 해안 절벽의 풍경, 대형 몰 KFC에서 버거를 주문하던 무슬림 소녀들, 자신과 다음세대의 신앙을 지켜내기 위해 평생 온갖 핍박을 견뎌낸 노년의 목사님, 얄라 거리에서 맛 본 한국 야쿠르트의 달달한 맛, 남부가 위험하지 않다며 이민을 오라던 중국 화교 부부… 셀 수없이 많은 이들 모두가 필자가 마주했던 아름다운 태국 남부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 태국 이산(동북부)보다도 선교사나 교단의 도움이 턱없이 부족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위협과 테러, 혹은 팍타이라 구분 짓고 분리시켰던 커다란 장벽들이 아름다움을 가리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태국 교단 내에서도 남부를 가장 사역하기 꺼리는 장소로 여길 정도로 복음에 소외되어 있는 곳, 그래서 더욱 외부 선교사들의 필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에 이 기회를 활용해 보길 권해본다.(CAS16호 도시와 사람들: 태국 남부SOUTHERN THAILAND를 가다(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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