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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남부 전통과 불교의 뿌리, 나콘 시 탐마랏(1)

도시와 사람들(1)
D·I·G·I·T·A·L JOURNAL 17호 2019. 6

 

 

나콘 시 탐마랏 성벽터 old city wall

나콘 시 탐마랏(Nakhon Si Thammarat, 이하 나콘)은 나콘 시 탐마랏 주의 주도로 태국 남부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구 103,192명, 2018)이다. 나콘은 방콕에서 남쪽으로 약 610km 떨어진 말레이 반도 동해안에 위치하여 역사적으로 태국 남부의 행정중심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나콘이 언제 처음 세워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 당나라 문헌에도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랑카수카(Lankasuka) 왕국 시대에는 ‘Ligor’라는 이름으로 인도 남부와 중국 간 무역 중심지로 발달했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를 기반으로 하는 스리비자야(Srivijaya) 왕국 통치 시기인 약 7세기경에는 ‘Tambralinga’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동남아시아와 인도 대륙를 잇는 주요 무역항 역할을 해왔다.

17세기에는 영국, 포르투갈, 네덜란드 상인들이 많은 공장을 두고 광대한 무역이 이뤄지는 거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흔적은 나콘 공원(Sanam Na Muang Public Park)을 둘러싼 오래된 성벽터에서 발견되는데, 이 성벽은 나콘의 상징적인 쁘라 마하탓(Wat Phra Mahathat)사원의 설립자이자인 ‘Sri Thamma sokarat’왕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 12세기 중반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명성에 비해 지금의 나콘은 먼지 날리는 태국의 다른 도시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도시 곳곳에는 태국 남부를 대표하는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의 흔적이 가득하다.

역사적 장소를 사진에 담으려는 관광객들

 

태국 남부의 고결한 사원, 왓 쁘라 마하탓(Wat Phra Mahathat Woramahawihan)

쁘라페니 헤파큰탓(Hae Pha Khuen That Festival): 부처에 천을 두르는 의식 또는 행렬(좌), 프라 마하탓(Wat Phra Mahathat)사원의 설립자이자 성벽의 건축가인 Sri Thamma sokarat왕의 동상(우)

나콘은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에서 오랫동안 무역을 한 지역으로 경제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왓 쁘라 마하탓(Wat Phra Mahathat Woramahawihan)’에서 볼 수 있듯이 스리랑카에서 번성했던 테라바다(Theravada) 불교의 중심지가 바로 나콘이다. ‘Phra Mahathat Woramahawihan’의 원래 의미는 ‘팔리어(Pali)’(1)로 ‘vara maha dhatu vara maha vihara’, 즉 ‘위대하고 고귀한 스투파(2)의 위대하고 고결한 사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  ‘경전본문’을 의미하는 인도 중부지방의 언어로, 5세기 이후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 여러나라에서 소승불교 경전에 사용되었다.(두산백과)
(2)  스투파는 불사리탑이라고도 하는데 원칙적으로 석가의 사리를 그 안에 넣지만 머리카락이나 치아를 넣은 스투파도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는 유골 대신에 보석이나 귀금속 등을 이용하거나 경문 등의 법사리를 넣은 것도 있다. 기원전 3세기의 아소카왕은 최초의 8탑 중의 7탑의 사리를 분골해서 인도 각지에 8만4000개의 스투파를 조립했다는 전설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이 사원이 건축될 당시 나콘은 전쟁과 전염병으로 황폐화된 상태였다. 마을을 재건하고 마을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고자 아소카 왕은 소원을 담아 왓 쁘라 마하탓을 건축하였고, 결국 마을을 재건하는데 성공한다. 이를 기리는 의미로 왕의 별명인 ‘Sri Dhammasoka-raja’라는 이름을 따서 ‘다마라자(Dhammaraja, 부처의 불법)의 마을’로 불렸고, 이후 태국식 이름인 ‘나콘 시 탐마랏(Nakhon Si Thammarat)’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는 곧 ‘부처의 도시’이자 곧 ‘아소카 왕의 도시’라는 의미로서 나콘이 테라바다 불교의 중심지가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후에 수코타이 왕국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한 믿음을 가진 아소카 왕이 자신의 바람처럼 마을을 재건하고 나콘이 불교의 중심지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는 유산을 남긴 것이다. 태국 남부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으로 여기는 왓 쁘라 마하탓 중심에는 78m 높이의 ‘체디(Chedi, 태국의 스투파)’에 부처의 치아가 안치되어 있다. 이 체디는 현재 스리랑카 스타일이지만 이전에는 스리비자야 스타일로 지어졌었다고 한다.

나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불교사원(wat si thawee)

쁘라 마하탓에 얽힌 재미난 전설도 존재한다. 인도 왕자와 공주가 자신들의 마을에 전쟁이 나자 유물(부처의 치아)을 안전한 곳에 옮기고자 스리랑카 섬으로 가는 배에 타게 된다. 이 때 폭풍우를 만나 말레이 반도의 뜨랑(Trang)에 정박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곳이 스리랑카라고 생각하고 유적을 묻기에 좋은 장소를 찾아 헤맨다가 치아를 묻은 곳이 지금의 나콘이라고 한다.

부처의 치아를 묻은 정확한 장소에 체디가 세웠졌다고 전해져 이곳을 찾아 복을 받으려는 불교도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역사 속에 존재하는 나콘은 불교를 기반으로 세워진 도시이다. 그만큼 불교가 도시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현재도 남부지역을 굳건하게 지켜가는 역할뿐만 아니라 태국의 불교를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왕을 보필하는 왕실 승려가 가장 많이 나올 만큼 나콘에서 불교는 이 지역의 역사이자 뿌리이며, 자부심이다(3)

나콘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많은 불교 축제는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려는 이들의 의무이자 특권으로 인식된다. 불교에는 의식이 없지만 브라만교는 종교의식이나 관혼상제, 제사 등 의례적인 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어 태국의 의식들은 이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태국은 1년 365일 불교 축제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태국인의 일상 속의 종교의식들과 축제들은 이러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까놈라라는 밀가루 튀김과자, 보시품으로 사용하는 전통과자 중 하나로, 쌋드안십(4)에 주로 사용한다.

(3) 권오혁 선교사 인터뷰 중(2018. 7. 10.)
(4) 쁘라페니 쌋드안십(쌍십절)은 죽은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 덕을 쌓기 위해 행하는 의식이다. 태국 남부에서 주로 행해지는 행사이다.

 

까놈라라는 밀가루 튀김과자

 

도시를 지킨다, 락 므앙(Lak Muang, City Pillar Shrine)

나콘의 도시수호사원 안에 4면이 브라만의 얼굴을 한 기둥과 양 옆으로 Ramathep Jatukam이 놓여있다. (좌), 나콘의 도시수호사원(Lak Muang)(우)

락 므앙은 도시가 세워질 때 도시의 번영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기둥을 세우는 전통에서 비롯된 도시 수호 사원이다. 이는 태국 전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태국인들은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기둥에 경의를 표하고 보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이하게 나콘의 락 므앙은 기둥 맨 꼭대기에 4면으로 된 브라만의 얼굴이 디자인되어 있다. 기둥 양 옆으로 ‘Jatukam Ramathep’(5)이라 불리는 ‘비슈누(Vishnu)’의 분신인 지역 수호신이 있는데 이들이 오랫동안 왓 쁘라 마하탓의 체디를 지켜왔다고 믿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기괴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원이 지어진 직후 은퇴한 한 경찰관이 ‘Jatuken Ramathep’을 행운 부적으로 만들어 살인 사건의 해결을 도왔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이 부적을 사려는 사람들로 한동안 품귀현상이 나타나 웃돈을 주고 사려는 이들이 넘쳐났다고 한다(6).

급기야 2007년에는 나콘의 한 사원에서 부적을 얻기 위해 밀려드는 인파속에 한 여성이 짓밟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태국의 불교는 일반적으로 소승불교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안을 들여다보면 ‘애니미즘(animism)과 브라만교(Brahmanism)’가 혼합되어 있다. 오늘날 태국의 애니미즘과 불교와 브라만교의 관계는 지극히 혼합적이면서도 불교에 의하여 통합되고 있는 모양이다.

(5) Jatukham Rammathep은 태국 남부의 스리비자야(Srivijaya) 왕국의 두 왕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6) 위키피디아

(CAS17호 도시와 사람들_태국 남부지역의 도시 탐방기(1) 태국 남부 전통과 불교의 뿌리, 나콘 시 탐마랏(1)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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