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사람들(2)
D·I·G·I·T·A·L JOURNAL 17호 2019. 6
복음을 담은 열정의 낭따룽을 꿈꾸며
태국 남부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낭 따룽(Nang Talung)’이라는 그림자 인형극이 있다. 낭 따룽은 하얀 천 뒤에서 밝은 조명을 통해 조각된 가죽 인형을 조작하여 관객이 볼 수 있는 화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극의 한 형태이다. 그림자 인형극의 실제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비슷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극의 내용은 주로 힌두 서사시의 태국어 버전인 ‘라마키엔(Ramakien)’이나 부처에 대한 이야기 ‘라마야나(Ramayana)’, 민속 전통 이야기 또는 지역 마을 생활을 소재로 새롭게 쓴 이야기들이다.
낭 따룽(Nang Talung)은 태국 남부 지방의 파탈룽(Phatthalung)이라는 태국 지방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러나 나콘은 태국에서 손꼽히는 낭 따룽의 대가 ‘Suchart Subsin’의 고향으로, 그의 일생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지금은 전통악기를 다루는 그의 아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작은 건물에 진열된 다양한 인형들과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고, 시간만 허락된다면 낭 따룽을 볼 수도 있다.
낭 따룽을 즐기는 일은 남부 인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나콘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사역해 온 권오혁 선교사는 그의 논문 “태국 남부 지역의 효율적 교회 자립 전략으로서의 문화 선교에 관한 연구”에서 이 낭 따룽을 잘 사용하면 태국 남부 선교에 좋은 기능적 대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태국 남부인들이 낭 따룽을 좋아하지만 판에 박힌 식상한 그림과 스토리보다는 새로운 내용을 찾고 있기 때문에, 복음의 순수한 내용을 낭 따룽을 통해 전달한다면 멋진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골 지역에서는 예수님을 믿기 전에 낭 따룽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가 뒤늦게 집사, 장로가 된 분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을 잘 활용하여 훈련된 전문가가 된다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불교 중심지에 뿌리 내린 복음의 씨앗
나콘은 역사적으로 불교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기도 하지만 태국 남부지역에서 최초로 세워진 베들레헴 교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120년 전 미국 북장로교회 파송 선교사가 개척한 베들레헴교회는 남부 지역의 선교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초창기 태국에는 선교사는 모두 의사로 인식할 정도로 많은 의사 선교사가 파송되었다. 나콘에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몸이 아픈 사람들은 방콕까지 찾아가 선교사들에게 진료를 받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콘의 도지사가 병에 걸려 방콕의 한 선교사로부터 치료를 받고 중병이 나으면서 나콘 지역에 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몇몇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 방콕으로 향하던 중 펫부리(Phet Buri, 혹은 펫차부리) 지역의 한 선교사로부터 치료를 받던 중에 복음을 전해 듣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중병을 치료하는 데는 2-3개월의 시간이 걸렸기에 이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복음을 전해들은 것이다. 이들이 돌아와 몸이 아픈 자들에게 전도하기 시작하면서 크리스천들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들에 의해 시작된 공동체가 베들레헴 교회의 전신이 되었다.
1895년에 소수의 크리스천 공동체로부터 시작된 베들레헴 교회는 1900년에 선교 기지가 세워지면서 나콘 지역에 의료, 교육 선교를 함께 시작했다. 이 때 시작된 곳이 지금의 나콘 크리스천 병원(NCH, Nakorn Christian Hospital)과 나콘 시 탐마랏쓱사(Sithammarat Suksa School) 학교이다(7).
(7) 베들레헴교회 담임목사 수라삿 라차랏 인터뷰 중(2018.08.25.) |
처음 선교사들이 교회와 학교를 먼저 시작했는데 남학교로 시작한 기독교학교(나콘 시탐마랏쓱사, Sithammarat Suksa School)는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 5,000명, 교사 300여명의 규모의 나콘에서 가장 큰 학교가 되었다. 학교 내에는 큰 규모의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시탐마랏쓱사(Sithammart Suksa)는 종종 “Sirat” 또는 “AMC”라고도 불리우며, 이들 중에는 40여 명의 학생들과 30여명이 크리스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 나콘 선교기지에서 세운 나콘 크리스천 병원(NCH, Nakorn Christian Hospital)은 현재 CCT교단에서 독립하여 운영되고 있고, 현재 원장 및 소수의 의사들만이 크리스천이며 심지어 간호사 중에는 크리스천이 전혀 없다고 한다.
나콘을 방문하는 동안 50년이 넘는 시간을 복음전도에 힘을 써온 귀한 사역자들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세워진 제자들에 의해 복음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나콘에 교회가 세워지고 또 교회들은 지금까지 굳건하게 설 수 있었다. 현지 사역자들 모두 입을 모아 태국에 남겨진 과제를 목회자를 포함한 평신도 지도자 양성이라고 말한다. 나콘의 교회, 병원, 학교 모두 크리스천 교사,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전반적인 지도자 부족 문제는 처음 복음의 기초아래 세워진 기관들이 선교적 비전을 잃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순교의 정신으로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열매 맺게 하는 일, 이는 크리스천 지도자들을 얼마나 잘 세워가는가에 달려있다. 글 | 채형림(SIR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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