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Overlay

태국과 고무나무

이슈 인사이드
D·I·G·I·T·A·L JOURNAL 18호 2019. 8

태국 고무농장에서 천연 고무를 채취하는 모습
출처: http://phuket-safari-travel.com/?page_id=328&lang=ko#gallery-2

라텍스와 고무나무
라텍스(latex)하면 침대 라돈 검출 파동 사건과 남부 태국의 천연고무나무 숲이 생간난다. 지난 2014년~2016년까지 3년 동안 한국 언론은 ‘라돈 검출’사건으로 시끄러웠다. 당시 대진 침대 등 많은 라텍스 침대 매트리스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어 한국인들에게 건강 불안증을 가져왔는데, 라돈(Rn)은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서 호흡기를 통해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라돈(Rn)은 우라늄과 라듐이 붕괴되면서 땅으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기체를 말하는데, 주택이나 건물 등의 지하실로 스며들어 암을 일으킬 정도로 유해한 농도로 농축될 수 있어서 위험하다고 한다.

이런 좋지 않은 기억과 함께 두 번째 라텍스에 대한 기억은 작년 2018년에 남부 태국 현장 방문에서 보았던 고무나무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태국을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인터넷에서 태국고무산업, 고무농가 현황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여 읽기 시작했다. 선교현장 남부 태국을 다녀오고 나서 라텍스에 많은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남부 태국 사람들의 고무 채취하는 삶과 희로애락을 보았기에 더 의미있게 여겨졌다.

우선 라텍스(latex) 라는 용어를 사전으로 검색해 보았다. “라텍스는 고무나무의 껍질에 상처 흠을 낸 뒤 채취하는, 우유 빛의 액체”라고 정의되어 있었다. 부연하면 라텍스는 모든 속씨식물의 10%에서 자연적으로 볼 수 있는 우유 빛의 액체로서, 지난 17세기 이후로 식물 내 액체 물질을 일반화하여 사용되고 있었다. 이를 한자로는 고무나무 유액(乳液)이라 하며 탄성고무라고도 부르는데, 현재 라텍스는 천연 라텍스 고무를 가리키기도 하며, 또 합성 고무 라텍스를 가리키기도 한다.

결국 라텍스는 처음에는 천연 고무 나무의 수액을 라텍스라고 불러왔으나, 고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합성고무 및 합성수지(플라스틱) 에멀전(유탁액)이 출현한 이후에는 이러한 것들을 통칭하여 라텍스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고무나무 농장 출처:http://media.komchadluek.net/img/size1/2018/02/27/L_bcgj5dffd6bidkh6gj9eb.jpg

태국, 세계 최대 천연고무 생산 및 수출
2019년 현재 태국은 매년 전 세계 350만 헥타르 규모의 고무 재배 지역에서 450만 톤 이상의 천연 고무를 생산하면서, 수십 년 동안 세계 최대의 천연고무 생산 및 공급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태국 투자청(Thailand Board of Investment)의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의 천연고무 생산은 지난 몇 년 동안 5.81%의 연간 성장률을 보이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최근 2~3년간 홍수, 정권의 불안정, 국제 석유값 등락,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위기도 있으나, 국제무역센타(International Trade Center)의 최신 무역 통계에 따르면 태국은 지난 2016년에도 년 44억 달러 상당의 천연고무 36억 톤을 세계 시장에 수출했으며, 이는 해당 연도의 세계 총 고무 수출량의 36.6%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한편 중국은 태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고무를 수입하는 국가이다. 그 다음으로는 일본, 미국, 한국 등의 순이다. 평균적으로 2천년 이후 매년 세계 총 고무 수출량의 약 40%가 태국을 통해 전 세계에 제공되고 있다. 태국에 고무가 처음 알려진 것이 1900년 대 초라고 하는데, 이후 태국은 고무의 생산과 수출에서 단연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된 것이다.

아시아와 10대 천연 고무 생산
2019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무를 생산하고 있는 국가는 총 28개 이다. 이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12개 국가 모두가 아시아 지역에 속한 나라들이어서 더욱 흥미롭다. 2019년 세계 10대 고무 생산 국가를 아래 도표로 살펴보면, 나이지리아와 코트디브와르 두 나라를 제외하고 8개 국가 모두가 아시아권이다. 또한 그 뒤를 이어 미얀마(11위), 라오스(12위), 캄보디아(15위)가 천연 고무 수출 산업을 대규모로 확장, 활성화 하고 있어 향후 주목할 부분이기도 하다.

팜유원료가 되는 남부의 거대 야자나무 농장

현재 왜 인도차이나에서 현재 고무나무 산업이 부상하나?
그럼 왜 지금시기에 동남아와 인도차이나 권역의 아시아 국가들이 고무 산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걸까? 그 이유를 살펴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그동안 이 권역에서는 주로 팜유(palm oil)라는 ‘기름야자 열매의 과육을 쪄서 압축 채유되는 식물성 유지’를 재배, 수출해왔다. 그러다가 전 세계적인 웰빙 추세로 팜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이 알려지면서, 대체 작물로 천연고무를 더 많이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둘째, 중국의 영향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고무나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인데, 그동안 계속 태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해오다가, 비용 상승과 태국의 정국 불안, 태풍 등의 수입 불안요인 가중으로 인해, 태국 인근 다른 국가들로 수입처를 확대시키고 있다.

셋째, 고무 농장의 농장주들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태국 인근 국가의 저렴한 노동 인력을 사용하여 고무 생산 인건비를 절감하려하기 때문이다.

태국을 비롯하여 일찌감치 고무 생산의 효과를 눈여겨본 각 국가들의 중국계 화교들이 고무농장, 고무공장, 수출입 관련 무역업 등 고무 산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발달된 화교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하여 고무 산업이 인도차이나 후발 국가들의 주력사업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도로 양옆으로 줄지어진 고무나무 숲

고무나무의 천국, 남부 태국
작년 2018년 업마(UPMA)팀들과 함께 동행했던 남부 태국 현장조사‘때 자동차를 렌트해서 각 주요 도시와 마을을 이동하면서 다니다보니, 가는 곳마다 고무나무가 많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20~30년 이상 자란 고무나무 숲과 농장들, 그리고 주변의 고무나무 공장이나 고무산업 기업 간판들, 또 막 묘목수준을 벗어나 아직 고무채취를 하기 이전의 어린 고무나무 숲이 장관처럼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도 밝은 햇살 속의 푸르른 고무나무 숲의 전경과 관련된 업종의 주변 풍광들이 동일하게 오버 랩 되면서 우리 팀들은 처음 보는데도 결코 낯설지 않은 익숙한 데자뷰 현상으로 낯선 이국의 도시에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태국에서 최초로 고무나무가 재배된 지역은 남부의 관문 도시 뜨랑이었다. 뜨랑은 과거부터 태국 남부의 중요한 항구도시였다. 전설에 따르면 뜨랑 항구에 배들이 항상 아침에 도착했고, 이로부터 말레이어로 ‘빛’을 의미하는 ‘테랑’이라고 그 이름이 불리다가 이후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뜨랑은 중국계 태국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전임 수상인 추안 릭파이의 고향이기도 해 자부심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태국 남부지역은 무슬림들이 주를 이루는 것에 비해 뜨랑은 화교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인 만큼 중국적인 색채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송클라공업단지내의 고무생산 공장

한편 인도차이나, 동남아시아에서의 고무산업의 연원은 19세기 영국 식민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국은 특별히 농사에 기후 조건이 좋은 말레이 반도에 대단위 플랜테이션 농업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많은 영국인들의 잉여 자금이 말레이 반도의 상업화된 농업으로 유입되었는데, 1790년대에는 향료와 후추를, 1830년대에는 설탕을, 1870년대에는 커피를 재배했으며, 20세기 초반부터는 고무나무 재배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당시 백금(White Gold)라고 불릴 정도로 상업적 가치가 높았던 고무를 채취하기 위해 많은 회사들과 사람들이 고무나무 재배에 투자를 했다.

영국의 동남아, 인도차이나 식민지 진출과 맞물린 시기 곧 1899년에 태국인 프라야 랏사다누프라딧 마히손 팍디라는 사람이 처음 태국에 고무를 가지고 왔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고무나무 묘목 4그루를 몰래 숨겨와서 뜨랑주 깐땅면에 옮겨 심었으며, 이후 뜨랑 전 지역과 나라티왓까지 확장해 심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1911년 “루엉라차마이뜨리”가 짠타부리 지역에 고무 종자를 가져와 재배한 후 남부지역 14개 주와 동부지역 3개 주에 심었고, 점차 중부 지역과 동북부 지역까지 확장시킨 것으로 되어있다. 이후 지속적으로 고무나무는 태국 전역으로 재배되면서, 19세기부터 21세기 현재까지 태국인들의 인생과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다오로 들어가는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사다오 산업단지

지난 2016년에는 세계 20개국이 주도하는 ‘세계 고무 컨퍼런스’(정식 명칭은 ‘Global Rubber Conference 2016’)가 태국 남부 끄라비에서 개최되기도 했다(2016년 10월 11∼13일).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태국 전체 고무나무 농장의 80% 이상이 태국의 남부지역에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특별히 지난 2017년에는 남부 송클라에 ‘고무도시 공업단지(Rubber City Industrial Estate)가 설립되었다.

사실 그동안 태국 고무제품은 주로 수출을 위한 1차 가공단계에 머물러 있어, 태국 고무를 수입해 최종생산품을 만드는 수입국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국 정부에서 남부 핫야이 송클라 지역에 ‘고무도시 공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이곳에 설립 및 입주기업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제공으로 태국 고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애쓰고 있다.

공식적으로 고무도시 공업단지는 Southern Industrial Estate (Tambon Chalung, Amphor Hadyai, Songkhla province)에 위치하고 있으며, 크기는 1,218 레이 (487.20 에이커)이다. 향후 고무 혁신 제품, 농축 라텍스, 복합 고무 및 기타 관련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고무 제품의 허브 또는 클러스터로 사용되어질 계획이어서 이로 인한 도시발전과 사람들의 삶에 가져올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국 남부의 고무나무 숲길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태국과 인도차이나의 고무나무 산업 추이가 현지인들의 삶에 어떤 변화와 기회를 가져올까?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현재 지속되는 고무가격 하락 및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태국이 고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태국 국내적으로도 지난 2013년, 2016년, 2018년 계속해서 고무농장 관련 종사자들이 수도 방콕까지 올라와서 고무가격 하락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농성 시위 사진들도 보인다.

태국은 이러한 국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농가, 국가기관, 업계, 학술기관 등과 연계를 통한 고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완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오랫동안 누려왔던 세계 제 1위 고무나무 생산의 명성을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 건강 및 위생에 관한 관심 증대에 따라 고무장갑 및 의료용 장갑 등 전체적인 고무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태국과 부상하는 인도차이나권역에서 고무 산업과 관련한 현지인들의 삶의 변화가 주요한 이슈로 향후에도 계속 제기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런 환경의 변화가 선교적으로는 어떤 기회와 도전이 될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 | 정보애(SIReNer)

위 자료의 저작권은 UPMA에 있으므로, 인용하여 사용하실 경우 반드시 출처를 남겨 주십시오.  

디지털 저널
C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