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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공존하는 태국 남부 최대의 도시, 핫야이

도시와 사람들
D·I·G·I·T·A·L JOURNAL 18호 2019. 8

해질 무렵의 핫야이 시립공원

태국에는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짱왓(Changwat)이 있는데, 보통 이 짱왓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1개의 행정도시를 포함한다. 간혹 2개의 도시가 있는 짱왓도 있는데 ‘송클라(Songkhla) 짱왓’이 그 예이다. 송클라가 주도이지만 규모면에서 핫야이(Hat yai)가 더 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 핫야이를 송클라 짱왓의 주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1).

핫야이는 태국 내에서 방콕, 치앙마이 다음으로 큰 남부 최대 도시이자 남부 경제의 중심지로 나콘 시 탐마랏(이하 나콘)과 함께 눈여겨보던 곳이기도 했다 

송클라시 인공폭포

나콘에서 출발하여 타이만을 끼고 3시간 남짓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송클라에 도착한다. 송클라에 가까워져 갈수록 긴장감이 몰려왔다. 송클라 짱왓은 외교부에서 3단계 여행경보인 철수권고가 발령된 ‘The Deep South’(2)라 일컫는 지역에 속해 있다(현재는 송클라 주에 발령되었던 여행경보는 해제되었다). 송클라 짱왓을 포함하여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3개 짱왓(빠따니, 얄라, 나라티왓)에 발생하는 잦은 테러와 소요 탓으로 가급적 여행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송클라 시는 말레이시아 반도 동쪽에 있으며 방콕에서 950km 떨어진 곳으로 해변 휴양지 중의 하나다. 타이만에 접한 아름다운 해안과 거대한 담수호가 있는 송클라는 핫야이와 차로 약 40분 거리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핫야이가 교통, 경제 중심지로 번성하면서 주도인 송클라는 남부의 문화도시로서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태국 내 최대 규모의 송클라 센트럴 모스크

핫야이 진입로에 들어서는 순간 사뭇 복잡한 도시 풍경으로 변한다. 송클라와 핫야이 간의 도로위에는 새로운 고가도로 건설이 한창이어서 도로가 차량들로 꽤 복잡하게 엉켜있다. 그렇게 복잡한 도로를 빠져나가 넓은 도로를 달리다보니 도로 한편으로 거대한 모스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시내에 있던 송클라 중앙 모스크가 이전 확장하여 건설 중이라는데 태국 전역에서 가장 큰 모스크라고 한다. 공사는 막바지에 다다른 모습이었다. 송클라 짱왓은 70%이상이 불교도이지만 오래전부터 말레이 왕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슬람 색채가 강한 곳이기도 하다. 태국 남부의 무슬림 비율이 ¾을 차지하는 4개 짱왓(빠따니, 얄라, 나라티왓, 사뚠)의 관문이 되는 핫야이 입구에 들어선 거대 모스크의 위용이 대단하다.

핫야이 상권의 중심인 김영(Gim Yong) 시장은 핫야이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송클라 짱왓은 다수가 불교도로 대부분이 태국인 또는 중국계 태국인들이며, 인구의 ¼인 태국계 무슬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거리 곳곳에 중국어 간판이나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더욱이 화교들이 핫야이 상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온 화교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중국계 사람들에게는 이점이다.

김영(GimYong) 시장은 핫야이 중심에 위치한 유명한 시장으로, 1928년 영향력 있는 중국인 사업가인 Xi Gim Yong(徐金榮)에 의해 설립되었다. 시장에서는 중국산 물품과 수입산 과일들을 판매하며, 김영 시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수많은 상점과 포장마차들이 즐비하다.

이전에는 가장 큰 상권이었지만 리가든 프라자 호텔 폭탄테러(3)이후 규모가 좀 줄고, 이후 태국 남부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인 센트럴 페스티벌이 들어서면서 센트럴 근처로 젊은 세대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김영이라 해서 한국인 마켓으로 오해했다가 나중에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는 적잖게 실망한 기억이 있다. 

중국 화교들의 채식주의축제 “낀쩨축제(Vegetarian Festival)”

태국 남부의 큰 축제 중 하나인 중국계 태국인의 축제 ‘낀쩨(Vegetarian Festival)’가 시작되면 이곳 핫야이에서도 굉장한 행사가 이어진다. 각 사원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육식을 금하고 채소만 먹는 의식, 자신의 몸을 자해하며 신을 달래는 토착신앙의 전통을 지킨다. 핫야이의 낀쩨는 최대 규모인 푸껫 다음으로 큰 규모로 이를 보기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핫야이에는 태국 남부의 상업과 교통의 중심지답게 Robinson, BigC, Tesco, Makro, Cental 등 태국의 알만한 마트와 쇼핑몰, 백화점 들은 모두 들어서 있어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핫야이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도시의 모습은 아니었다. 콕사멧춘(Khok Samet Chun)이라는 이름의 4가구만 있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나콘 시 탐마랏에서 빠따니(Pattani)로 이어지는 철도가 연결되면서 타운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1995년 도시로 승격되었다. 이 철도도 쿤 니팟친콘(謝枢泗, Hakka Chinese)이라는 중국인의 투자로 시작되었다.

핫야이 기차역은 태국 국영철도와 말레이시아 국제 철도가 운행하는 남부 지역 기차 노선의 중심지이다.

핫야이 기차역은 철도가 건설 된 이래 태국 국영 철도가 제공하는 26개의 열차와 말레이시아의 KTMB가 제공하는 2개의 열차를 포함하여 하루 28개의 여객 열차를 처리하는 국제 철도역으로 남부 지역 기차 노선의 중심지이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건설된 도시 핫야이는 동서로 뻗어 있는 주요 해안도로와 국제선이 오갈 수 있는 교통편이 구축되어 있기에 태국의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페낭,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남부의 교통 허브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핫야이 국제공항은 2011년 태국 내에서 다섯 번째로 분주한 공항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특히 메카로 순례하는 이슬람교도들에게 중요한 공항이기도 하다.

해질 무렵의 사다오 국경

남쪽으로 시원스레 뚫린 도로를 따라 30여분을 달려내려 가는 동안 도로 옆으로 거대 산업 단지들이 들어서있는 모습과 연이어 국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장과 유흥업소들이 즐비한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건너온 비즈니스맨들을 상대로 한 유흥업도 발달해 있어 밤에는 또 다른 얼굴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남쪽으로 말레이시아와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물가도 싸고 종교적으로 자유로운 태국으로 쇼핑과 유흥을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송클라 짱왓에는 말레이시아와 맞닿아 있는 체크 포인트가 사다오와 파당 베사르(Padang Besar) 두 곳이 있는데 사다오는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횡단하는 가장 바쁜 육로이기도 하다(4). 태국 상무부에 따르면 태국-말레이시아 국경 무역의 약 98%가 사다오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태국 남부에서 핫야이의 중요성은 교육면에서도 드러난다. 국가의 상위 10위인 Hatyai wittayalai School을 비롯하여 여러 유명한 고등학교의 본거지이기도 하며, 남부 지방 최대의 명문 대학인 송클라 대학교가 있다. 송클라 대학교는 태국 내에서 지방대학으로는 치앙마이 사범대학에 이어 두 번째 명문대학으로 꼽히며 전문적인 여러 연구 활동을 비롯해 태국 남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대학이다. 원래는 남부대학교(university of South)였지만, 전 국왕의 아버지 이름인 Prince Mahidol of Songkla를 따서 송클라 나크린대학교(Prince of Songkla)로 바꾸었다.

송클라대학교 핫야이 캠퍼스

남부지역에 최초로 설립된 송클라 대학교는 빠따니, 핫야이, 푸껫, 수랏타니, 그리고 뜨랑 등지에 총 5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다. 이중 이공계는 주로 핫야이 캠퍼스에, 인문계는 빠따니 캠퍼스에 있다. 송클라 대학교 빠따니 캠퍼스에서는 1984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학문교류협정을 체결하여 한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태국에서 최초로 한국어과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핫야이에 있는 캠퍼스에는 공과대학, 과학대학, 의과대학, 간호대학 등이 있다. 특히 송클라 대학교의 대학병원은 남부 최대 규모의 시설과 의료진을 갖추고 있으며 남부지역 3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빠따니 캠퍼스보다 오히려 규모가 커서 총장도 핫야이 캠퍼스에 있다고 한다.

태국 남부는 주류의 불교도들과 비주류의 무슬림들이 겪어온 갈등으로 역사적으로 일체감을 갖거나 태국인 정체성을 가지기 힘든 지역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태국 남부의 지역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교육 분야의 투자는 남부 지역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태국 정부나 왕실이 내밀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이 아니었나 싶다.

핫야이 시립공원에서 바라본 핫야이 시내 전경

다이내믹한 핫야이를 쉬지 않고 둘러보니 숨이 차오른다. 잠시 공원에 앉아 핫야이를 비롯한 태국 남부를 리서치하기 위해 검색했던 처음의 순간을 떠올려본다. “폭탄테러” 이 네 글자는 태국 남부를 보기도 전에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장벽이 되었었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번하게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지는 무시무시한 곳이기도 했다. 그러한 위기도 있지만 점차 평화의 분위기가 감도는 핫야이에는 그 이면에 가능성과 희망이 감추어져 있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와불이 있는 핫야이 나이 사원

핫야이의 한 사역자는 이 도시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 것이 생각났다. 왜냐하면 핫야이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민족적,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다양성과 독립성이 어느 정도 용납되는 분위기이다.

태국 정부가 국가 통합을 위해 태국의 상좌부불교를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이슬람의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그룹으로 불교만을 강조할 수 없고, 그 불만은 폭력으로 드러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서로 어울려 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일 테다. 여기에 기회가 있다. 핫야이에서 가장 높은 커홍산 시립공원 전망대에 올라 구름이 걷힌 핫야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라는 먹구름을 지워내니 아름다운 핫야이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발견되는구나.’ 

이슬람교에 있어서는 태국의 내륙인 북쪽으로 향하는 거점도시로, 복음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0.1%이하의 복음화율을 보이는 남쪽으로 향하는 거점도시로 핫야이가 지속적으로 전략적 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글 | 채형림(SIReNer)

[각주]
1) 2008년을 기준으로 도심부의 인구는 157,359명이며, 핫야이 전체로는 80만 명에 이른다. 핫야이는 송클라 짱왓의 가장 큰 도시이자 가장 인구가 많은 남부 태국의 메트로폴리탄 지구이다. 그리하여 종종 송클라 짱왓의 주도로 착각하는 일도 있다. 송클라가 주도이며 행정과 문화의 중심이지만, 핫야이는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된다. 이 두 도시는 가까운 거리 때문에 쌍둥이 도시로 여겨지며, 핫야이와 송클메트로폴리탄 지구를 구성하고 있다.(위키피디아))
2) The Deep South는 말레이시아 국경에서 가까운 나라티왓, 얄라, 빠따니, 송클라 , 사뚠, 파탈룽 및 뜨랑 주를 일컫는다. 이 지역에는 2000년 초반까지 끊임없는 폭탄테러 및 유혈 충돌이 있어왔으며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철수권고지역으로 지정하기까지 하였으나 2019년 상반기에 송클라 주에 발령되었던 여행경보는 해제되었다. 하지만, 빠따니, 얄라, 나라티왓 주의 여행경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외교부 해외안전여행)
3) 20012년 3월 31일 리가든 프라자 호텔(Lee Gardens Plaza Hotel)에서 차량 폭탄이 터져 최소한 5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태국인과 말레이시아 관광객 다수가 희생되었고 태국 당국은 빠따니에 있는 분리주의 단체 민족혁명전선(BRN: Barisan Revolusi Nasional)의 공격이라 밝힌 바 있다.
4) 육로 국경 통과는 보행자, 승용차 및 버스에 한하여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말레이시아 표준시 기준 오전 6시 부터 12시 자정까지)이며, 2019년 6월 18일부터 3개월간의 시험 기간 동안 화물 트럭의 경우 24시간 동안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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