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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이산 남부 지역의 꽃, 우본 라차타니

도시와 사람들
D·I·G·I·T·A·L JOURNAL 19호 2019.10

우본을 상칭하는 연꽃

우본 라차타니(Ubon Ratchathani, 이하 우본)는 간단히 우본(Ubon)으로 불리기도 하며, ‘연꽃이 만개한 왕의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곳이다. 보통 지명(地名)에 ‘왕궁’ 혹은 ‘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차타니(Ratchathani)’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데 이 단어가 사용된 것으로 보아 과거 중요한 곳이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문강 북쪽에 이주해 온 라오스 공동체에 의해 지방 수도가 세워진 이후 짜끄리 왕조의 첫 번째 왕인 라마 1세 통치기간 중인 1792년 비로소 ‘우본 라차타니 스리바나라이’라는 이름의 행정 도시를 세우게 된다.

이 도시는 훗날 몬톤 이산(Monthon Isan)의 행정 중심역할을 하고, 1933년 몬톤 제도(1)가 폐지되면서 지금의 우본 라차타니 짱왓(Changwat)의 주도가 되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야소톤(Yasothon, 1972년 분리)과 암낫 짜른(Amnat Charoen, 1993년 분리)이 분리되기 전까지는 태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짱왓이었다.

우본 시내 진입로

라오스, 캄보디아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산악지대인 우본은 태국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명상하는 수도승만 사는 외진 땅이었지만, 전쟁은 평화로웠던 이곳에 변화를 일으켰다. 인도차이나 전쟁 동안 베트남 이민자들이 메콩강을 건너 피난처를 찾아 태국 북동부에 정착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태국에 자리를 잡아 돼지고기 소시지나 음식을 파는 상점을 운영한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우본의 퉁 스리 므앙(Thung Sri Mueang)은 연합군 병사들을 수용하는 전쟁 포로 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베트남 전쟁 중에는 미국 공군 기지를 설립하고 미국, 영국 및 호주 군인들이 몰려들면서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식당과 부동산 부분이 성장했고 활기를 띠었고 미군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와 시설이 설립되기도 했다.

1900년 방콕에서 나콘 라차시마(Nakhon Ratchasima)까지 첫 번째 철도 노선이 개설된 이후 1928년에는 북동쪽 철도 노선의 일부가 우본으로 확장되었는데, 철도 개설은 당시 우본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55년에 콘캔(Khon Kaen)과 우돈(Udon Thani)을 거쳐 농카이(Nong Khai)로 향하는 철로가 확장되면서 예전만큼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최근에는 인도차이나 반도 여러 나라로 가는 무역의 거점으로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우본은 앞에서 다루었던 태국 북동부를 일컫는 이산(Isan)지역 다른 도시(나콘 라차시마, 컨캔, 우돈타니)와 함께 Big4에 해당하는 이산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이며, 방콕에서 629km 떨어진 태국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짱왓의 주도이다.

대부분 이산 지역이 서쪽에 위치한 산맥으로 인해 내륙지방이 가뭄의 피해가 심한데 비해 우본 짱왓은 문강(Mun River)이 중간을 가로 질러 메콩강으로 이어지기에 물이 풍부하고, 문강이 가로지르는 고원과 산맥은 태국과 라오스 사이의 자연 국경 역할을 한다.

남쪽으로 캄보디아, 북쪽과 동쪽은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메콩 강이 캄보디아로 유입되는 이 지역은 웅장한 녹색 경관을 형성하여 “에메랄드 삼각 지대(Emerald Triangle)”로 불리며 태국 북부의 ‘골든 트라이앵글’과 대조를 이룬다. 이산(Isan)에서 가장 손상되지 않은 국립공원(Phu Chong Na yoi, Pha Taem National Park)이 있는 우본은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3국의 국경에 에메랄드 삼각지대 관광지 개발과 더불어 경제교류 등의 협력에 합의하면서 지역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현재 태국과 캄보디아와의 국경 문제 외에 여러 이유로 답보상태에 있다.

특히 캄보디아 북쪽 프레아 비헤아르(Preah Vihear)지역과 태국 동북부 시사켓(Sisaket) 지역 사이의 국경에 위치한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두 국가 간 소유권 분쟁은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백 년이 넘게 이어진 이 소유권 분쟁은 이 사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현재 캄보디아의 소유로 인정받으면서 일단락되었지만, 양국 간의 긴장과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본은 태국 전역에서 인구 대비 불교 사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골목마다 사원을 발견할 수 있고, 풍요로운 자연환경으로 인해 이름난 산림 명상센터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불교도들의 순례 장소가 된다. 이러한 종교적 헌신과 사원의 숫자는 매년 7월에 열리는 양초 행렬 축제(Candle procession Festival)로 대표되며 그 절정에 달한다.

태국의 대표적 축제 중 하나인 이 축제는 불교의 사순절이라는 “카오 판사(2)(Khao Phansa Day)”에 시작되는데 도시 전역에서 다양한 지역 사회 단체와 함께 거대하고 정교하게 양초 조각품이 만들어지는 아주 중요한 행사다. 이전에는 다른 헌물과 함께 미니 양초 묶음을 승려에게 주고 그 대가로 승려들이 축복하는 식이었으나 오늘날에는 힌두신화나 불교 전설에 영감을 얻은 조각한 거대한 양초를 선보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 거대한 양초 조각품을 실은 50개 이상의 수레 행렬일 것이다. 축제기간 동안 가장 아름답게 조각한 초를 가리는 경연대회나 미인대회, 공연 등을 통한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축제가 끝난 후에는 몇 주 동안 우본의 사원 곳곳에서 수상작을 전시해 놓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결국에는 녹아 없어져 버리는 조각품들은 ‘삶의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불교의 신념에 따른 것이라 한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녹색 광장(Thung Sri Mueang Park)에는 우본의 왁스 조각 스타일을 모방 한 기념탑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2000년 푸미폰 왕의 72번째 생일에 헌정된 것으로 큰 기둥 앞에서 날개를 뻗은 가루다(힌두 신화 속에 등장하는 반반 남자)와 태국 민족 상징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우본이 수세기 동안 불교가 번성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도시 안팎에는 많은 사원이 있다. 석가 탄신 2500년을 기념하여 1957년에 건립된 대불탑이 유명한 왓 농부아(Wat Nong Bua)(3)와 Dhammayuttika 종파의 이산지역 첫 번째 수도원인 왓 수 파타나람(wat su pattanaram)(4), 도시 외곽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양을 하기 위해 모여드는 대표적인 국제 산림 명상원 왓 파 나나찻(Wat Pa Nanachat)(5)이 있다.

이러한 강한 불교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의도하지 않았어도 우본은 선교사에게도 외면당하는 땅이 되었다. 그나마 우본은 현재 5가정이 180만이 넘는 인구를 책임지고 있지만, 이산 남쪽 지역의 부리람, 수린, 시사켓에는 각 짱왓(평균 인구 150만)에 1-2가정만이 배치되어 있으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불교 개혁에 앞장섰던 몽꿋 왕의 라오스 선교를 위해 세웠다는 왓 수 파타나람의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사원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의 열망이 어떠했는지 전해져 오는 듯하다.

우본 시내에서 라오스 방면으로 메콩강을 향해 달리면 유일하게 육로로 이어진 국경 총멕(Chong Mek)에 갈 수 있다. 태국과 라오스는 보통 메콩강을 중심으로 국경이 나뉘어 있어 다리를 통해서만 두 나라 사이를 오갈 수 있지만, 이 지역은 메콩강이 라오스 내륙으로 흐르고 있어 육로를 통해서 국경이 이어진다.

라오스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우본 버스 정류장과 라오스 빡세(Pakse)의 남부 버스 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태국-라오스 국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3시간 남짓이면 라오스에 다다를 수 있다. 라오스에 머무는 기간이 30일만 넘지 않는다면 비자 없이 거주가 가능하다.

라오스 빡세(Pakse)의 남부 버스 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태국-라오스 국제 버스

역사적으로 우본은 10세기부터 아유타야 왕국(1351-1767)이 점령하기 전까지 크메르 제국의 일부였기에 우본을 포함한 부리람, 수린, 시사켓 등지에서 당시의 유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콘 라차시마의 삐마이 역사공원(Phimai Historical Park)과 부리람의 파놈룽(Phanom Rung Historical Park) 역사공원, 수린의 타눔 사원(Prasat Ta Muean), 시사켓(Sisaket)의 사 캄팽 야이 사원(Prasat Wat Sa Kamphaeng Yai) 등이 크고 잘 보존된 크메르 유적들이다.

이 모든 사원은 앙코르 제국의 자야바르만 VII세 통치 기간인 10세기에서 13세기 사이에 세워졌다. 주요 구조물은 벽돌과 사암으로 만든 같은 바닥에 시바신에게 바쳐진 사원으로 힌두신전과 불교사원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다.

라오스의 참파삭주의 왓 푸(Wat Pu)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나 삐마이 역사공원보다도 앞선 시기에 설립된 것으로 크메르 제국의 유적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에 의미를 더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때는 거대 제국의 영화를 누리고, 전쟁을 발판삼아 성장을 거듭한 우본은 아세안 경제협력과 일대일로라는 변화의 물결 속에 이제 새롭게 꽃 피울 준비를 하는 중이다.

그 외 이산의 도시들
부리람(Buri Ram)
부리람은 역사적 유산들이 도시 전체 약 60여개 이상의 지역에 산재해 있는 곳으로 ‘행복의 도시’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리람은 크메르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초기에는 ‘무엉 뻿(Mueang Pae)’이라 불렸는데 ‘뻿’은 크메르어로 부리람의 상징 꽃을 의미한다.

부리람 지역에서 ‘뎅렉 산맥’은 특히 유명한 곳이다. 산맥을 잇는 다양한 산악지역은 캄보디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두 나라간의 비공식적 왕래가 잦은 곳이다. 태국인들은 부리람을 일부러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부리람의 또 다른 볼거리인 태국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 팀인 ‘부리람 유나이티드(BuriRam United)’와 ‘부리람 창 자동차 경기장(Chang International Circuit)’에서 경기가 있을 때 주로 찾는 곳이다.

농경지가 대부분인 곳에 축구팀은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경기장은 지금은 태국에서 가장 멋진 시설을 갖춘 축구 경기장으로 거듭났으며, 축구장 자체만으로도 관광거리가 되고 있는 효자 경기장이다. 부리람 유나이티드 팀이 경기가 있는 날은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부리람 홈팀 경기장 ‘창 아레나(Chang Arena)’는 태국 내 클럽팀이 운영하는 최대 규모의 경기장이기도 하다.

부리람의 파놈룽(Phanom Rung Historical Park) 역사공원의 정확한 이름은 Prasat Hin Phanom Rung(Phanom Rung Stone Castle)이며 사람들은 이곳을 미니 앙코르 와트이라고도 부르는데 사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와 비교해 크기가 조금 작기 때문에 이름만 ‘미니’일 뿐 그 규모는 꽤나 큰 편이다. 그리고 사원의 완성도와 구조 등에서는 결코 앙코르 와트에 뒤처지지 않는 가치가 있다.

수린(Surin)
도시 자체의 정확한 역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아이(Suay)’ 또는 ‘쿠이(Kuy)’라 불리는 이 지역 사람들은 항상 코끼리를 잡거나 길들이는 기술이 뛰어난 이들이다. 1960년 이래로 코끼리가 대부분의 노동 직종에서 기계로 교체 된 시기에 수린의 코끼리 라운드 업(Surin Elephant Round-Up)은 지역 및 국제적으로 알려진 연례행사가 되었다. 이 행사에는 축구경기와 줄다리기 같은 기술을 보여주는 다양한 쇼가 포함되어 있으며, 행사 장소인 Si Narong Stadium에서는 “세계 최대 코끼리 마을”이라는 수식이 붙을 정도로 수많은 코끼리를 볼 수 있다.

 

수린에서는 코끼리 도시답게 코끼리 조형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코끼리의 도시답게 도시 중심부에는 최초의 수린 통치자를 중심으로 코끼리 상아 모양의 상징물인 프라야 수린 팍디 스리 나롱 짱왕(Phraya Surin Phakdi Si Narong Changwang) 기념비가 위치하고 있다. 이는 고대부터 수린의 풍부한 코끼리 뿐만 아니라 전쟁 코끼리를 통제하는 주인의 탁월한 재능을 상징하며, 한때 도시의 성벽이었던 마을의 남쪽 문에 위치하고 있다.

프라야 수린 팍디 스리 나롱 짱왕(Phraya Surin Phakdi Si Narong Changwang) 기념비

 

시사켓(Sisaket)
우본 라차타니와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시사켓은 이산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이다. 이곳은 캄보디아와의 국경 갈등을 빚고 있는 프레아 비히어 사원이 있는 주와 바로 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는 태국의 영토였던 이곳은 현재 캄보디아에 소유권이 넘어가 있어 태국에서는 이 사원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크메르 유적이 잘 보존된 시사켓의 wat sa kamphaeng yai

우본을 포함한 위의 3도시가 속한 짱왓은 모두 캄보디아와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최근 태국-캄보디아 사이의 국경분쟁으로 공식적인 교류가 활발하진 않지만, 공식적인 6개의 국경 체크 포인트(Poipet, Koh Kong, Daun Lem 및 O’Smach, Pailin과 Anlong Veng 및 Samraong) 외에 크고 작은 체크 포인트를 통해 비공식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국경 분쟁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 두 나라 사이의 경제 교류는 기대 이상일 것이라 현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글 | 채형림(SIReNer)

 

태국-라오스 국경 체크포인트 총멕(ChongMek)
[각주]
(1) 몬톤(Monthon)은 20세기 초에 시행된 태국의 행정구역으로, 만다라(mandala)라는 단어의 태국어 버전이다. 몬톤은 지방정부 행정시스템의 일부로 만들어져 1897년에 공식적으로 채택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짱왓, 암포, 땀본이란 용어로 정리가 되었다.
(2) ‘우기 안거(雨期安居)’라는 의미인 카오 판사는 장마철인 7월 중순부터 10월초까지 3개월 동안 스님들이 사원에 머물러 이동을 자제하는 것을 뜻한다. 7월부터 우기가 시작되는 태국에서 동네를 돌며 탁발을 하기 힘들게 된 스님들이 사원에 머물며 수양을 한데서 유래됐다.
(3)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인도의 부다가야(Buddhagaya)에 있는 마하보디(Mahabodhi) 사원을 모델로 한 사원으로 다른 태국 사원과는 다른 모습을 한다. 높이 56m의 거대한 탑은 종 모양으로 끝까지 좁아지는 형태를 하고 그 안에는 부처의 사리가 봉인되어 있다. 뛰어난 양초 조각팀을 지원하는 농부아 사원은 종종 캔들 페스티발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그들 중 하나가 성전 부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4) 왓 수파타나람(wat supattanaram)은 태국 불교 Dharmanyuthi 분파의 첫 번째 불교 수도원으로 라마 4세 몽꿋왕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사원은 태국 스타일의 지붕, 독일식 건물 구조, 고대 크메르 스타일의 기초 양식이 융합된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5) 왓 파 나나찻(Wat Pa Nanachat)은 시내에서 15㎞ 떨어진 작은 숲에 위치하고 있다. 1957년 첫 번째 외국인 승려가 농파퐁 사원(Wat Nong Pah Pong)에 머문 이후 점차로 늘어 많은 외국 승려들이 참선을 하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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