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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낙원’을 꿈꾸다, 라오스 남부 최대의 도시 싸완나켓((Savannakhet)

도시와 사람들(2)
D·I·G·I·T·A·L JOURNAL 20호 2020. 2

열악한 라오스의 도로 사정

라오스에는 수도 비엔티안(Vientian)과 남쪽 끝 빡세(Pakse)를 관통하는 남북으로 긴 13번 도로가 있다. 우리 일행은 이 길을 ‘지뢰밭’이라 불렀는데, 왜냐면 우기철이라 도로 곳곳이 우묵하게 패인 곳이 많아 운전하는 도중에 험한 꼴을 당하기가 일쑤였고, 소나 염소가 언제 어디서 도로위로 튀어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라오스의 남부지역 도로 중에서는 가장 좋은 도로라고 하니 다른 도로 사정은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빡세에서 출발해 이 13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4시간 남짓 거리에, 라오스 남부의 길목이자 태국 국경과 맞닿은 도시인 싸완나켓(Savannakhet)이 등장한다. 7세기부터 10세기까지 참파 왕국의 영향을 받았으며 19세기 프랑스 식민기까지 남부 라오스의 태국, 베트남 교역지로 발달한 곳, 싸완나켓. 태국과 베트남을 잇는 9번 도로 덕분에 일찍부터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싸완나켓은 라오스 전체 지도를 놓고 봤을 때 3개국을 잇는 라오스의 허리에 해당한다.

라오스 싸완나켓 주와 태국 묵다한(Mukdahan)을 연결하는 2호 우정의 다리

국경을 접한 전 국토를 경제특구로 조성중인 라오스는 그 중에서도 개발 투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중남부지역인 싸완나켓과 타켁(Thakhek)을 꼽았다. 싸완나켓은 2호 우정의 다리가 연결되면서 물류이동이 훨씬 쉽고 동서를 이어주는 국제물류교류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었다.

육로를 통한 물류 이동에 의존해야 하는 라오스는 메콩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태국과 라오스를 연결하는 다리는 4호까지 완성이 되었고 현재 5, 6호 교량 건설을 계획 중에 있다. 2호 우정의 다리(1.6km)는 미얀마에서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경제회랑 상에서 라오스 싸완나켓 주와 태국 묵다한(Mukdahan)을 연결한다. 2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의 2호 우정의 다리는 메콩지역 교역과 투자, 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인프라 개발계획과 경제요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묵다한과 싸완나켓을 오가는 국제버스 터미널, 묵다한과 싸완나켓을 오가는 국제버스를 통해 30여분이면 태국에 도달할 수 있다.

라오스에서 가장 중요한 물류산업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싸완나켓은 13번 국도에서 약 30Km 떨어진 메콩강변에 위치한다. 싸완나켓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 타켁과 이어지는 ‘세노(Xeno)’라는 교통 요충지가 있는데, 위로는 수도 비엔티안과 중국, 아래로는 캄보디아, 서쪽으로는 태국, 동쪽으로는 베트남으로 향하는 사통팔달의 도시다. 세노를 지나 동쪽 므앙 핀(Phin)을 거쳐 베트남 국경 덴싸완(Dansavan)까지 3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다.

특히 베트남 항구 중 가장 큰 규모로 대형 선박의 정박 가능한 다낭(Danang)까지는 거의 일직선상에 놓여 있는 점은 투자의 큰 매력이 된다. 새롭게 조성되는 경제특구와 배후 산업단지는 이미 중국기업과 태국, 베트남 투자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임대하거나 사들여 빈 땅이 없을 정도로 이미 점령당한 상태이다. 세노를 가장 먼저 선점한 베트남은 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공장을 세우고 라오스 정부로부터 땅을 할양 받아 대단위 고무나무 농장을 조성하고 설탕공장을 가동했다(1).

베트남까지 오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터미널

싸완나켓에는 라오스, 태국, 중국, 베트남인 등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지만, 빡세에 비해서 중국인보다는 베트남인의 영향이 더 많은 지역이다. 프랑스 식민 시절, 베트남에서 싸완나켓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이 많아 라오스에 정착한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쌀국수 가게를 도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베트남 국경까지 약 240km로 수도인 비엔티안과 비교해보았을 때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것 또한 이유로 들 수 있다. 싸완나켓에서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건물을 소유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베트남계 라오인들이다(2).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11571040

라오스에는 동서회랑(3)과 남북회랑 두 개의 경제회랑이 겹쳐져 중국, 태국, 베트남을 전부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싸완-세노 공단이다. 싸완-세노 공단은 이 동서·남북이 겹치는 요충지에 자리 잡은 산업단지로 2004년에 싸완-세노 경제특구(SEZ; Special Economic Zone)(4)가 만들어졌다. 향후 9번 도로와 함께 말레이시아의 자본을 들여 건설하게 될 싸완-라오바오 연결 철도 및 일본의 자금 지원으로 건설된 도로를 통해 물류를 이송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싸완나켓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활성화와 더불어 가사 도우미, 식음료, 운송 및 관광 등 6개 분야의 노동력 이동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어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의 증가도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예측과 기대감과 함께 내부에 경쟁력이 빈약한 상태에서 외부자원의 유입소식은 모두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활짝 열리고 있는 경제처럼 복된 소식을 듣고 말씀의 씨앗들을 통해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고 잠든 영혼이 깨어나길 기대해 본다.

라오스에서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현대자동차의 1톤 트럭 ‘포터’를 비롯해 스타렉스, 싼타페, 모닝 등 현대와 기아의 차량을 비교적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도로 사정이 열악한 라오스에서 차체가 튼튼한 포터는 라오스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라오스의 삼성’으로 불리는 현지 최대기업 코라오 그룹(대표 오세영)이 일찌감치 일본 등 경쟁국 보다 앞서 라오스에 진출해 시장을 개척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중고 오토바이 및 자동차 수입 판매로 출발한 코라오 그룹은 현재 자동차 판매 및 조립 외 12개 계열사를 운영 중이며, 2013년부터 ‘대한(Daehan)’ 브랜드로 픽업트럭을 조립, 생산하고 있다. 싸완나켓에는 코라오 그룹의 자동차 조립라인을 갖춘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라오스의 도로 위를 달리는 ‘대한’ 트럭을 발견할 때마다 괜스레 뿌듯해진다.

싸완나켓에는 라오스에서 2번째로 큰 도시지만 사실 여행자들을 끌어 들일만한 대단한 볼거리는 없다. 그러나 프랑스 식민지대 당시에 건설된 유럽풍 건물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광장(Talat Yen Plaza)과 팔각 첨탑의 희고 소박한 성 테레사 성당(St. Teresia Catholic Church), 공룡 박물관, 그리고 몇몇 현대식 사원들이 다소 밋밋한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10세기 크메르 왕조 시대의 불탑 탓잉항(That Ing Hang)

그 외 10세기 크메르 왕조 시대에 처음 건설되었으며 남부 라오스에서는 왓 푸 사원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불탑인 탓잉항(That Ing Hang)이 있다. 부처가 설법을 한 후 이곳의 ‘항(Hang)’ 나무 아래에 ‘기대어(Ing)’ 휴식을 취하였다고 하여 이를 기념하여 건설된 것이다. 힌두교를 믿은 크메르 왕조의 영향으로 탑의 기단 부분에 새겨진 화려한 시바 신의 형상을 볼 수 있다.

싸완나켓은 ‘교육의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그 명성에 걸맞게 라오스의 지식인 중에 싸완나켓 출신이 많기로 유명하다. 물론 대학교도 많지만 라오스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나라를 세운 카이손 폰비한의 고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5년 라오스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하여 ‘므앙 까이손 폼비한(Muang Kaysone Phomvihane)으로 공식적인 명칭을 바꾸었으나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싸완나켓 대학교

라오스에서 최고의 직장은 공무원을 꼽는데 실제로 고위 공무원직에 이곳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오스에는 수도 비엔티안의 라오 국립 대학교(NUOL), 루앙프라방의 수파누웡 대학교, 싸완나켓 대학교, 짬빠싹 대학교 등 전국에 4개의 국립대학이 있다. 싸완나켓 대학교는 2009년에 설립되어 중부지방(싸완나켓, 살라완, 캄무완, 보리캄싸이)의 사회, 경제개발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인적자원 개발의 책임을 진다. 학생은 총 3,442명이고, 5개 학부(농업, 경영, 식품과학, 교육, 자연과학부)와 2개의 센터(종족 및 영재 학생들을 위한 중등교육 R&D, IT)가 있다. 동서 경제회랑, 경제 특구라는 지리적 장점을 이용해 경제 연구 및 중부지역의 사회, 경제발전의 동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감만큼 졸업생들을 수용할 만한 취업 자리가 없어 라오스 내에서는 해결해야 될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물에 잠겨버린 썽콘가는 길

싸완나켓의 경제적, 지리적 중요도와 함께 선교 역사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라오스 남부 지역 최초의 선교사인 가브리엘 콘테스(Gabriel Contesse)가 1902년 스위스 형제단의 파송을 받고 아내, 남동생과 함께 처음으로 들어온 곳이 바로 썽콘(Song Khone)인데, 썽콘이라는 지역이 바로 싸완나켓 주에 속해 있다. 1905년 첫 번째 라오인이 세례를 받은 후 50여 명이 세례를 받기도 했고, 썽콘에서 시작된 선교가 싸완나켓 주를 중심으로 외부 지역까지 확장되는 부흥의 시기도 있었다. 당시 선교사가 세운 썽콘 교회는 라오스 목회자들에게 이양되어 지금까지 존재한다.

우리 일행은 교회 방문을 시도했지만 우기철이라 길이 물에 잠겨버리는 바람에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는 일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이런 곳까지 배를 타고 복음을 전했을 초기 선교사들의 노고를 생각해 보며, 환경을 탓하지 않았던 구령의 복음 전도자의 모습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봇야이 교회

싸완나켓은 짧게 줄여 ‘싸완’이라고 많이 불리는데, 싸완은 라오어로 ‘천국’ 혹은 ‘낙원’이라는 뜻이다. 고대로부터 메콩강의 풍성한 혜택을 누리며 넓은 평야에서 쌀을 재배하며 예술과 문화를 누린 지역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현재는 라오스 정부가 투자 기업에 세금을 감면하고 산업 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한창이지만 라오스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태국 3국의 각축전이 되는 싸완나켓이 오늘의 ‘낙원’으로 도약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글 | 채형림(SIReNer)

[각주]
(1) 라오스 K사역자 사역계획서(2014. 8)
(2) 라오스 K사역자와의 인터뷰, 2019년 8월.라오스 K사역자와의 인터뷰, 2019년 8월.
(3) 100여 년 전에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를 점령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장기개발 계획으로 세워놓은 동서 경제회랑(EWEC)은 미얀마 몰레먀인(Mawlamyine)에서 시작해서 태국의 매솟(MaeSot), 콘깬(Khon Kaen), 묵다한(Mukdahan)을 지나 라오스의 싸완나켓, 덴싸완(Dansavan)을 통과하여 베트남의 라오바오(Lao Bao), 동하(Dong Ha)를 통해 북쪽으로는 빈(Vinh), 남쪽으로는 후에(Hue)-다낭(Danang)항으로 연결되는 4개국을 잇는 최단거리의 육로이다. 이 루트의 중심에 싸완나켓이 있다.
(4) Special Economic Zone은 싸완나켓주의 사완-세노 SEZ, 보깨오주 골든트라이앵글 SEZ, 참빠삭 SEZ, 루앙프라방 SEZ의 4개소이며, 기타 개발단지에 해당하는 수도 비엔티안 최초의 공장단지 VITA Park와 싸이세타 개발단지(Saysetha Development Zone)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Specific Economic Zone으로 지정되었다. 투자자가 가장 많이 찾은 경제특구는 라오스 북부에 중국과 국경을 접한 Boten(59개), Golden Triangle(47개)이다. 라오스 남부지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Savan Seno(22개), 태국과 국경을 마주한 Pakse-Japan SME(13개), 이외 수도 비엔티안에 위치한 Saysettha(6개), Vita Park(5개) 순이다.(Kotra 해외시장뉴스, 201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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