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마생각
Web Journal 25호 2020. 12
이번 CAS 25호는 방글라데시 특집호로 구성되었다. 지난 22호부터 시작된 서남아무슬림 권역 마지막 호로서 방글라데시의 선교 현황을 살펴보는데 초점을 두었다.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방글라데시는 가난한 나라라는 것 외에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 나라이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실제로 주변분들에게 방글라데시 하면 무엇이 생각이 나느냐고 물어보니 아무 답변도 못하는 분들이 꽤 많았다. 이는 인접국 인도나 파키스탄에 비해 훨씬 더 심했다. 현재 가장 큰 무슬림권역인 서남아무슬림권역의 주요 3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문제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방글라데시에 대한 무지(無知)로 보인다.
이러한 무지야말로 전방개척선교의 일차적인 선교적 장벽이기 때문에 이를 타파하는 차원에서 이번 CAS25호 방글라데시 특집을 통해 현지 필요의 관점에서 방글라데시를 제대로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방글라데시 현장 선교사들이 쓴 글을 통해 방글라데시의 실제 선교 사역을 알 수 있기 때문에 ‘UPMA 생각’에서는 방글라데시의 독특한 특성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유는 필자 역시 방글라데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질문인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정체성에 관련된 질문으로 벵갈 세계에 입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모국어의 날과 벵갈어 운동
UN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은 2월 21일이다. 이 날은 방글라데시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 1952년 2월 21일 동파키스탄으로 불리던 현재 방글라데시의 다카에서 벵골어를 공용어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파키스탄 경찰이 발포하여 4명이 사망한 것에 기인하여 국제 모국어의 날이 2월 21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동파키스탄(現 방글라데시)과 서파키스탄(現 파키스탄), 두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던 국가, 파키스탄의 공용어는 오직 우르드어 하나 뿐이었다.
이 사건 이후 벵갈어도 동파키스탄의 공용어로 인정이 되어 파슈툰족의 우르드어와 함께 벵갈족의 벵갈어 등 두개의 언어가 파키스탄의 공용어로 제정되었는데, 뱅갈어 운동으로 촉발된 벵갈족의 독립운동은 결국 1971년에 파키스탄으로부터 방글라데시의 독립을 쟁취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방글라데시는 이후 이 날을 ‘벵갈어 언어 운동 기념일’로 지정하여 매년 기념하고 있다. UN에서는 이후 20세기 말 1999년 11월 17일에 국제 모국어의 날을 매 해 2월 21로 지정하게 되었는데,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민족집단, 종족들의 고유한 모국어를 존중하자는의미를 담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모태 벵갈 왕국 (Shāhī Bangālah)
방글라데시의 모태는 벵갈 왕국이다. 벵갈 왕국은 벵갈 지역에 근거한 왕국으로 1352년 벵갈의 귀족 일야스 샤가 당시 델리 술탄 왕조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 사실 동-서 파키스탄의 분열과 독립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4세기 델리 술탄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 독립을 선언했던 벵갈왕국에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다.
벵갈왕국은 14~15세기에 벵갈 및 주변 아삼지역 인도 동북부 일대로 확산하면서, 서쪽으로는 인도 오릿사 지역까지 동쪽으로는 미얀마 아라칸 왕국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으나, 결국 16세기 말 인도를 점령한 최대의 강자 무굴 제국에 의해 멸망당하고 말았다. 원래 벵갈은 지리적으로도 서북부의 펀잡지역이나 델리 지역과 멀리 떨어진 인도아대륙 동부 끝자락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기후 조건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인도나 파키스탄과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 벵갈의 대부분의 교통 수단과 이동 루트는 주변 아프간계, 튀르크계 등 건조한 사막과 스텝 지역을 주요 생활터전으로 살아오던 서아시아인들에게 대단히 이질적인 ‘수로(水路)’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벵갈왕국은 무굴제국이 침입하기 전 2백년간 외세의 침략없이 안정적인 왕국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하기도 한다.
벵갈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지역
현재 벵갈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방글라데시의 벵갈족 1억 6천만명, 인도 서벵갈 주(州)의 9천 200만 명 등 모두 2억 5천만 명 이상이 있다. 벵갈어는 현재 방글라데시의 국어이며, 또한 인도에서도 헌법에 지정된 22개의 지정언어의 하나로서, 서벵갈 주(州)와 트리푸라 주(州)에서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 인도 동북부의 아삼 주(州)에도 약 400만 이상의 벵갈족 무슬림들이 거주해오면서, 400~500만 명 이상이 벵갈어 사용자로 추정된다. 원래 벵갈이라는 단어는 남아시아의 동북부 지방을 부르던 호칭(呼稱)이었는데, 이후 벵갈지역 사람들, 벵갈어(언어), 벵갈족, 벵갈문화 등 다양하게 특화되면서 발전해왔다. 또한 벵갈 지역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벵갈 사람들 대부분은 갠지스 강과 브라마푸트라 강 하구의 삼각주에서 농업, 어업 등을 기반으로 생활해오고 있다. 벵갈지역의 면적은 236,322 km²인데 km²당 인구밀도가 1,070명에 이르러, 도시국가들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의 자와 섬과 함께 지구상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인구 밀도는 km²당 29,104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다카의 총인구는 2019년 통계로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이한 점은 다카의 경우 35세 이하의 인구가 전체의 60%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방글라데시와 홍수, 강(江)
방글라데시 국가를 검색하거나 언론에서 등장하는 단골 용어는 ‘홍수’이다. 매년, 특별히 6월부터 9월에 걸쳐 도래하는 우기는 방글라데시 전체에서 수 많은 사망자와 재산상의 손실을 동반하고 있어서, 거대한 재난이 늘 반복되는 형국이다. 더욱이 금년 2020년에는 지난 10년 동안 역대 최대급 폭우로 방글라데시 전체 국토의 ⅓이 침수되고, 330만명 이상이 홍수 피해로 집과 재산이 유실되는 등 18개 주에서 큰 피해가 보고 되었다.
이와 같은 홍수의 지형적 원인이 되는 방글라데시의 지형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3개의 큰 강이 국토를 3등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동부지역은 자무나강(Jamuna River), 북서부 지역에는 파드마강(Padma River), 남서부 지역에는 메그나강(Meghna River)이 흐르고 있다.
이 세 강들은 가장 넓은 곳의 강폭이 수 km에 이를 정도로 대단히 큰 강으로, 이러한 강의 존재는 평상시에는 농업용수 및 풍부한 수산물의 제공, 수상교통로로의 활용 등 방글라데시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매년 홍수 때 범람으로 큰 피해를 받을 뿐 아니라, 특히 현대에는 지역간 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강과 관련해서 지역 간 교류와 불균형 발전 해소를 위해 1998년 동부와 북서부를 연결하는 자무나 대교가 건설되면서 기존 가장 발전된 제 1의 도시 다카, 제 2의 치타공을 중심으로 이 도시들과 북서부 지역간의 경제교류가 활성화 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남서부 지역이 소외되면서 세 지역 간 불균형과 격차로 인해 지역간 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지역간 경제 활성화, 물류, 교통 등 인프라 구축에는 세 개의 주요 강을 중심으로 해서 수백 개의 지류로 구성된 강(江)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치수(治水)의 문제가 가장 주요한 과제이다.
끝으로 서남아무슬림권역 특집을 방글라데시로 마무리하면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금년 1년 코로나로 해외선교 현장 리서치 사역이 중단되면서, 지난 2014년의 서남아무슬림권역 현장 리서치 결과를 금년도 카스에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특집호로 발행하면서 부분적인 업데이트 외에 서남아무슬림 현장에 대한 심화 리서치가 진행되거나 내용에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방글라데시는 업마 팀의 현장 리서치 여정중 마지막에 방문했던 국가여서 시간적으로도 촉박해서 다카 외에는 다른 지역을 가보지 못해 방글라데시의 도시와 사람들의 면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하다. 바라기는 이번 CAS25호를 세계 8위의 인구 대국인 방글라데시(2020년 현재 1억 6,304만6,161명)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입문으로 삼고, 추후 방글라데시에 대한 더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조사가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글 | 정보애 (SIR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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