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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사역을 통한 이슬람권의 복음화 전략

CAS 디스커버리
Web Journal  25 2020. 12

들어가는 말
방글라데시는 200여 년이 넘는 기독교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기독교인들은 천주교를 포함하여 약 0.3%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오랫동안 가난, 문맹, 홍수, 질병 등으로 인하여 절대적인 빈곤을 겪고 있다. 총 인구 약 1억 7천만명, 인구밀도 1위 국가인데다,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인구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고 있지만 사회, 정치, 문화 저변에 만연한 부정부패로 인하여 지역, 계층 간의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상황은 그들의 삶 전체(종교, 문화, 사회,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통전적인 이해와 접근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1. 방글라데시 개관
방글라데시는 벵골(Bengal)족에 대한 자부심과 언어(Bangla)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가진 나라이다. 하지만 벵골족이 오랫동안 카스트제도의 하위 계급에 속하며, 식민주의의 지배를 통한 피해의식과 숙명론적 가치관으로 인하여 가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창의적 접근 지역이다. 복음을 직접 전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한 기간산업이나 제조업, 서구의 교육 방법과 보건의료 프로그램 등은 환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아랍권 이슬람과는 다른, 지리적 민족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아랍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이슬람 근본주의의 영향력이 약하고 서구의 구제 사업으로 인하여 기독교에 대한 의식이 우호적이다. 그러나 기독교 NGO의 구제사업과 하급계층을 중심으로 개종되어 형성된 기독교 사회는 복음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현지 기독교인들에게 외국인과 외국 단체에 대한 의존심만 키워 주었다. 소수부족 선교의 집중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지만 시골(전 인구의 70%)과 무슬림(전 인구의 86%)에 대한 선교는 아주 미미하다.

2. NGO와 방글라데시 교회
방글라데시는 1947년 동파키스탄으로 독립한 후에 대부분의 원조는 현지 교회의 리더십을 통해 분배가 되었다. 하지만 서파키스탄과의 독립 전쟁(1970~1972)이 끝난 후, 방글라데시 이슬람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경 지역에서는 힌두교도와 무슬림 간의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고 많은 난민촌이 발생하게 되었다. 전쟁과 자연재해로 전 세계로부터의 큰 규모의 원조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그동안 교회를 통해서 들어오던 원조들이 UN 등 국제기구들과 NGO들을 통하여 들어오게 되었다. 이러한 NGO들은 현지 직원으로서 기독교인을 선호하고 월등한 급여로 대우해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의 교회 지도자들은 현지교회에서 외국 NGO 단체의 직원으로 많이 채용되었다. 현지 교회의 지도력은 고갈되고 교회 안에서는 극단적인 분열이 생기게 되었고 목회와 전도에 전념하는 영적인 목회자가 너무나 부족하게 되었다.

또한 지나친 물질 지원과 재정적인 후원은 ‘먹기 위한 그리스도인’을 낳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그동안 방글라데시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하여 정부와 수많은 비정부기구(NGO)들의 엄청난 투자로 극심한 빈곤 상태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또한 경제적으로 빈곤하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사회봉사와 인도주의적 원조를 행하여 방글라데시 정부의 호의를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인 후원은 벵골인들을 외부 의존적인 민족으로 만들고 말았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의존적인 모습은 벵골의 기독교회 안에서 가장잘 드러난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일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후원을 받아 급여가 보장되어야만 목회나 전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신도들의 경우에도 교회에 오면 무엇이든 얻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교회의 지도자들도 다르지 않다. 외국인은 오직 물주(物主)로서 생각하고 자신이 계획한 커다란 프로젝트의 후원만을 기대한다.

이러한 의존적인 벵골 기독교계에 대해 이슬람 지도자들은 외국인 기독교인들은 방글라데시 교회를 통해서 벵골의 영혼을 돈으로 매수한다는 비난을 한다. 복음을 받아들여서 기독교인이 되어도 돈과 직업으로 매수당한 것으로 취급한다. 구제의 행위가 일시적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의존심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개발이라는 전략으로 선교현장에 접근해야 하는 당위성을 도출하게 만든다.

복음에 수용적인 힌두교 몇 계층과 부족들의 사역은 아주 활발하게 일어났고 수많은 개종자들을 얻어냈다. 그래서 많은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이들을 위한사역에 집중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복음에 적대적인 무슬림 사역은 간과되고 있어 방글라데시 무슬림 선교에 취약하다는 방글라데시 선교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도시를 중심으로 사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 인구의 70%(전체 빈곤층의 85%)인 시골 농촌지역, 그리고 이슬람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는 너무나 적은 실정이다.

3. 찔마리의 통전적 개발 NGO 사역 (무슬림을 중심 대상으로)
(1) 찔마리(Chilmari)의 자연, 지리적, 종교적 현황
찔마리는 방글라데시 최북부에 위치한 꾸리그람(Kurigram; Rangpur에서 동쪽으로 2시간 이동)도에 속한 인구 20만의 군 소재 마을이다. 수도 다카에서 430㎞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9시간 이상 이동하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가난하고 정부의 개발계획에서 소외된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에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국경을 흐르는 브라마쁘뜨라(Bhuramaputra) 강이 위치하고 있다. 브라마쁘뜨라 강은 강폭이 12㎞나 되며 매년 우기철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홍수와 범람, 강물의 침식력으로 육지와 섬들의 지형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섬사람들은 지형 변화에 따라 거처를 옮겨가면서 살아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강 위에는 약27개의 섬들이 떠있다. 그러나 강물의 침식력으로 인하여 강 이름만 존재하고 형체가 사라진 섬들도 많이 있다. 찔마리의 지형 분포는 육지가 25%, 섬지역이 75%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매년 홍수로 인하여 육지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구분포는 섬지역에 3만여 명, 나머지는 육지에 거주하고 있다. 종교 분포는 대부분이 무슬림들이고 소수의 힌두교도들은 육지에서 힌두 부락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 주민들의 생업은 농업과 어업, 그리고 소매업(가게), 릭샤(현지 교통수단)운전, 일용 노동직 등이다. 일자리 부족, 열악한 교육, 보건, 환경 등으로 주민들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가 부족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집에서 놀고 있거나 직업을 찾아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브라마쁘뜨라(Bhuramaputra) 강, 출처: wikipedia

(2) 찔마리의 통전적 선교사역 사례
사례1: 의료 사역
찔마리에는 정기적인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의료시설이라고는 정부 보건소가 있긴 하지만 시설이 매우 열악하여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감당하지 못 하고 있다. 가난한 환자들은 호미오(전통 민간 약초)를 많이 선호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신앙에 따라서 무당을 찾아가서 치료를 받기도한다. 이렇게 영적으로 육적으로 낙후된 진료를 받고 있는 찔마리에서 의료사역은 현지인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사역이고 마을 지도자들과 정부 관계자들도 절대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였다.

의료사역은 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이동진료와 영유아 관리, 임산부 관리, 가족계획, 환경개선(화장실 보급, 펌프보급), 보건 세미나, 영양식 보급, 학교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① 이동진료
이동진료는 브라마쁘뜨라강의 섬지역을 진료선으로 진료하며 육지지역은 의료센터에서 실시한다. 불결한 생활환경 때문에 설사, 열병, 이질 등 수인성 질병과 각종 피부병 그리고 영양결핍으로 결핵과 한센병(leprosy), 짜고 매운 식습관으로 위장병 환자들이 많다. 영영양상태가 해마다 좋아지면서 성인병(당뇨병, 고혈압)에 걸리는 환자수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칫솔 사용과 치아 건강을 위한 보건교육과 치과진료를 실시한다.

찔마리 의료사역(섬 진료)

② 예방접종과 임산부관리
5세 이하의 영유아들에게는 예방접종(1)을 실시하고 임산부들의 건강관리와 안전한 출산을 돕고 있다. 특별히 각 섬마다 마을건강원(field woker)들과 산파들이 이 일을 책임지고 있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건강검진과 기생충 약 보급을 실시한다.

③ 가족계획 사업
정부 보건소와 함께 동역하고 있다. 가임 여성을 대상으로 세미나와 피임약(2), 피임주사 보급을 실시한다. 최근에는 2자녀 낳기를 권장하고 있다. 일부다처제의 이슬람 국가이며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써 정부 차원의 가족계획을 NGO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④ 환경개선사역
화장실 보급과 펌프 공급을 실시한다. 또한 부녀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실시하고 실질적인 보건 지식을 보급하여 의식계몽을 실시한다.

⑤ 사역 평가와 책임 강화
마을 건강원들은 마을 각 지역의 질병, 임신, 출산, 사망에 대한 주간 보고를 제출한다. 각 지역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계몽과 예방 프로그램을 연구하여 병행한다. 그리고 수질성 전염병, 결핵, 한센병(leprosy), 뎅기열(dengue fever), 말라리아(malaria) 등의 발병 시, 정부 보건소와 협력하여 대처한다.

찔마리 의료사역(건강세미나)

사례 2: 학교 사역
방글라데시 학교교육은 유치원, 초등학교(1-5학년), 고등학교(6학년-10학년), 칼리지(11학년-12학년), 대학교로 나누어진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여학생의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여학생의 낮은 교육 참여율 및 이수율(履修律)은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 학교 환경, 등하교 길의 폭력, 조혼(3) 등의 영향이며, 남녀의 구별이 뚜렷하고 남성 중심의 이슬람 사회에서 여교사의 부족(4)은 여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찔마리 초등학교


찔마리 가나안유치원과 가나안초등학교, 가나안고등학교는 정부에 등록된 정규학교이며 남녀공학이다. 선생님들의 성비율(性比律)은 초등학교(남:녀=3:3), 고등학교(남:녀=9:2)로서 고등학교 여자선생님은 더 충원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뽑고 있으며 유치원에 입학하여 10학년까지 공부하게 된다. 졸업후에는 장학금 프로그램을 통하여 상급학교에 진학, 지속적으로 후원하여 지역사회의 리더십으로 자라도록 지원하고 있다. 3개월마다 1회씩 모이는 학부모 회의는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계몽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정규과목 뿐아니라 체육(태권도, 축구), 음악, 미술, 컴퓨터 등을 포함하여 폐쇄적인 이슬람 문화 속에서 전인적인 교육을 시항하고 있다.

현재 찔마리 가나안 유치원, 가나안 초등학교(1학년-5학년), 가나안 고등학교(6학년-10학년)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수는 450여 명이다.

찔마리 가나안고등학교

사례 3: 농업 사역
농업 사역은 가나안 농군학교 훈련의 실습장으로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현지 사역의 자립방안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계, 양어, 유실수, 채소, 묘목재배 등을 통하여 찔마리 현지에서 직거래를 통해 수입을 얻고 있다. 개량된 품종과 재배 방법은 현지 직원들의 연구와 회의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수입들은 사역자립을 위한 재투자에 사용되고 있다. 농군학교 졸업생(5)을 대상으로 한 신용협동조합은 지역 청년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회와 자본, 기술 등을 보급하며 지속적으로 관리 양육하고 있다.

찔마리 농업 사역장

사례 4: 직업 훈련 사역
찔마리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농촌이다 보니 직업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다. 직업훈련을 위한 프로그램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훈련비가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골 청년들은 집에서 놀고 지내는 모습을 흔히 본다. 이러한 청년대상으로 취업 준비를 위한 훈련과정으로써 컴퓨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Word, Power Point, Excel 등 사무업무의 기본적인 기술을 3개월 과정으로 습득한다. 또한 군청과 보건소의 공무원과 타 NGO 단체들을 위한 특별과정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 문화는 여성들의 경제적인 활동을 금기시하고 있다. 외출도 자제시키고 있다. 하지만 시골 지역 여성들에게 자기개발과 가정의 생계자립을 위해서 봉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봉제학교는 지역 여성들이 배운 것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도록 소자본을 지원하는 신용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찔마리 직업훈련과정

(3) 찔마리 통전적 선교의 사례 평가
① 사례 결과 및 평가
모든 프로그램은 매년 개최하는 연례회의(annuelmeeting)를 통해서 위원회(committee)를 구성하여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의 구성은 현지 의사(내과, 치과), 간호사, X-ray 촬영기사, 선생님(초등, 고등), 컴퓨터 선생님, 봉제 선생님, 행정담당자, 재정담당자, 농장 직원, 마을건강원 등 총 50여 명이다. 정부와의 정보 교환과 협력으로 지역사회의 필요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계획을 위하여 콘돔, 경구피임약, 피임 주사 등을 보급하며 한 가정 당 출산율이 7~8명에서 현재는 3~4명으로 급격히 감소하였고(6), 범국가적으로는 2명 낳기를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슬람 국가에서 출산율이 가장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여성들의 조혼에 대한 의식 계몽을 실시하여 초혼의 연령이 14~15세에서 18-20세로 상승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난한 가정에서는 아직도 12~13세의 여아들이 조혼하는 경우도 많다. 왜냐하면 조혼일수록 결혼 지참금을 적게 가져가도 되고 집안 살림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유아 예방접종 사업과 영양보급 사업을 실시하여 실제로 방글라데시의 ‘영유아 사망률’은 1990년 139(/1000명)에서 2010년46(/1000명)으로 67%의 감소를 보였다(7). 이제는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여 사망하는 영유아들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또한 현지식으로 영양식을 보급하면서 5세 이하 유아들의 건강 상태가 양호해지고 있다.

학교교육과 계몽을 통하여 문해율이 많이 올라갔지만 아직도 낮은 편이다(8). 가나안 초등학교, 고등학교 졸업생들 가운데는 경찰, 공무원, 교사, 수의사 등이 배출되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 많은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 가난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여 계속 자기 개발과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찔마리 개발 NGO 사역은 농촌지역개발을 동반한 통전적인 의료보건 사역이다. 건강과 보건이 다른 사회적 과제와 별개의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교육, 지역개발, 여성, 고용과 소득, 직업훈련 등의 활동이 통합되도록 했다. 또 정부의 정책과 지역에 기초한 접근을 기본적인 전략으로 세워서 각 프로그램을 수요자 중심으로 진행하고 사역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 농장 사역의 수익 상품개발과 판매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직원들은 지역에서 고용하여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한다.

② 사회문화적인 변화
찔마리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적인 보수성과 국경마을이라는 지역적 폐쇄성이 특징이다. 변화에 대해서는 수동적이고 지역성(텃새)이 강하다. 그래서 수도 다카에서 이주해 온 현지인까지도 외국인 취급을 하고 새로운 문물을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서히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의 동기는 가난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오던 의식에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특히 농군학교 계몽운동과 한국의 역사는 많은 도전이 되었다. 처음에는 외국인을 보자마자 나오는 첫마디는 “아미 고립. 사핫조 꼬룬”(나는 가난해요. 도와주세요)이다. 꾀병으로 진료 받고 약을 받아 가서 그 약을 팔아 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주민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무상으로 원조 받는 것보다 자신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자녀 학교 보내기, 화장실 사용하기, 손 깨끗이 씻기, 여성들의 지위 향상 등 사회생활 전반적인 분야에서 변혁이 일어났다. 생활전선에서 일하는 가난한 아이들, 조혼을 앞둔 여자아이들이 학교에 나오게 되었고, 일부다처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만을 중시하며 살아가던 여성들이 취업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가나안 고등학교 여학생 중에서 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에 간호사, 교사로서 지역사회에 진출하여 봉사하는 학생들도 배출했다(9).

여성자신의 건강에 대한 소극적인 의식도 변하기 시작하였다. 무슬림 여성들은 산부인과 진료받기를 가장 부끄러워했고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조차도 남편의 결정에 따라서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와서 솔직하게 표현하며 피임약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계획이 여성의 임신, 출산의 의무와 건강이라는 틀 안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무슬림 여성들의 놀라운 의식의 변화이다.

우기철에 지형 변화가 심할 때, 섬에서는 진료소의 위치를 자주 변경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섬 주민들은 이동진료를 위해서 자신의 집을 사용하도록 기꺼이 협력한다. 마을 건강증진을 위해서 마을건강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가정마다 방문하면서 지역 보건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고 있다.

③ 종교적인 변화
이슬람교의 전형적인 배타성은 외국 NGO 단체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비도덕적이고 탐욕스러우며 교만하고 무슬림을 증오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NGO사역이 기독교 확산을 위한 위장술이라는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찔마리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는 아이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하여 세웠다고 하고, 설치해준 펌프 물을 마시면 기독교인이 된다는 등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개종을 가장 두려워하는 무슬림들의 가치관을 그대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경계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지역사회를 위하여 하는 일들을 신뢰하게 되었다. 현지의 언어, 옷, 음식으로 생활하는 모습은 방글라데시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이 되었다. 이슬람의 종교 명절이면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하여 가족과 친척들에게 소개해주며 자신의 지위와 자존심을 과시하기도 한다. 코란 이야기를 하면서 성경에 대하여 질문하는 사람도 생겼다.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명문학교, 펌프, 화장실 공급, 우수한 양질의 진료 등등 ‘개발 NGO’ 사역을 통하여 모든 혜택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알게되었다. 또한 찔마리의 총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도지사, 군수, 마을 지도자와 함께 협력하며 동역하게 되었다. 그들의 경계심은 기독교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으로 변하였다.

방글라데시 국경일에는 의례 순서 중에 종교지도자들이 경전을 읊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는 주로 이슬람의 종교지도자인 이맘이 나와서 코란(10)을 읽었지만 찔마리에서는 성경도 그 의례 순서 중에 포함되었다.

④ 복음적인 변화
‘개발 NGO 사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실현하는 현지 직원들의 영적, 정신적 훈련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찔마리에는 약 50여 명의 직원들이 있다. 이들의 변화와 성장이 모든 사역의 영적인 핵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무슬림이고 소수의 힌두교도들이다. 매일 아침 경건의 시간을 통하여 성경 말씀을 읽고 하루 일과를 위한 기도를 한다. 이 시간에는 지역사회의 변혁을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단지 직장으로서 뿐만아니라 봉사자로서의 가치관을 소유할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나눈다. 직원들의 변화는 다른 주민들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무슬림이고 생애 처음으로 성경을 접한다. 성경은 무슬림 언어로 번역된 끼답(11)을 사용하여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방글라데시 전통악기를 사용하여 찬양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직원들의 삶과 일과에 적용할 수 있는 말씀을 중심으로 나눈다. 때로는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무슬림 직원들의 표현들도 그대로 존중해준다. 경건의 시간이 타종교에 대한 비판이나 우월성이 표현되지 않고 다른 신념체계를 가진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이 되도록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문화적 조건 상황 안에서만 그에게 필요한 진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것은 강제적이 아닌 자원하는 마음으로 참석하도록 한다.

무슬림, 힌두교도 직원들 가운데성경에 깊은 이해와 감명을 받고 개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나아오기도 한다. 코란과 비교하여 성경에 대하여 질문하기도 한다. 이슬람교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강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역을 통한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며 신앙적인 관심을 갖기도 한다. 스스로 가족과 이웃들에게 예수(이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전파하는 사람도 있다. 성경을 찢고 불태우던 사람도 지금은 성경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 현재 찔마리에는 무슬림, 힌두교도 중 소수가 모여 예배드리는 작은 공동체가 생겼다. 그들은 무슬림이고 힌두교도로 살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 앞에 나아오고 있다.

⑤ 총체적인 변화
찔마리의 총체적인 변화는 ‘개발NGO’사역이 개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때가 아니라 오직 사랑하는 마음으로 양질의 진료와 교육, 훈련 등 구제와 개발 사역을 최선으로 제공할 때에 일어났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리는 너무나 가난해요. 우리 민족은 변할 수 없어요.” 이러한 민족적 절망감에서 민족을 사랑하는 자존감과 소망을 회복하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개발 NGO 사역은 단지 재정적, 기술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와 지역을 위해서 내부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실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필요라는 영역들에 국한되지 않고, 정서적이고 영적인 영역을 치유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가장 핵심적인 변혁은 가치관과 비전의 변화다. 비전의 변화란 사람들이 변화될 수 없다는 절망에 묶여 있지 않고 자기 지역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가치관의 변화는 자신들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복음에 대한 반응과 하나님나라의 가치와 소망을 이해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복음은 단순히 말로써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들의 문화와 삶 가운데 성육하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기독교를 서구문화의 상징으로 간주하여 기독교와 관련된 어떠한 것도 거부한다. 즉 기독교라는 종교를 거부한다기보다는 관련된 서구 문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찔마리의 무슬림들은 그리스도인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삶을 사는지를 가까이서 경험한 적이 없다. 오직 신문과 뉴스를 통해서 듣는 서구 소식을 기독교 소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개발NGO 사역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 접촉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여주고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슬람권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일과 조직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성육신하는 것은 강력한 복음화의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다.

4. 나오는 말
그동안 방글라데시 개신교 선교는 소수 부족선교, 도시선교를 중심으로 수행하였다. 하지만 벵골족 전체를 향한 복음화를 위해서는 무슬림과 시골을 향한 선교전략이 필요하다. 개발 ‘NGO’사역은 인간의 필요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아니다. 실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필요라는 영역들에 국한 되지 않고, 정서적이고 영적인 영역을 치유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통전적인 선교는 마음과 몸과 영혼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전인격적으로 접근한다. 복음은 변화를 일으켰고 복음에 대하여 수용하는 자들이 나타난다. 복음의 영향력은 사회적이었지만 복음에 대한 영적인 반응은 개인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슬림의 공동체 안에서 개인적 수용자들이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영적인 세력을 대면하며 살아가기에는 전략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복음에 반응을 보이는 수용자들이 무슬림 공동체 안에도 예수(이사)를 구주로 믿는 영적인 공동체를 구성하여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종교가 바로 계층과 지역을 구분하는 근간이다. 태어날때부터 무슬림, 힌두교인, 기독교인이며 모든 생활 범주가 자신의 종교 범주에서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무슬림’, ‘힌두교인’에서 기독교인으로 신분을 바꾼다는 것은 자신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을 떠나야 하는 것이고 배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주민들이 NGO사역의 장(場)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자신의 종교의 범주를 벗어나게 된다. 이슬람 국가에서 무슬림, 힌두교인, 기독교인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다문화권(多文化圈)을 형성하게 된다. 다문화권은 타종교에 대하여 서로 관용과 이해로 포용하도록 만든다. NGO 사역은 지역 주민과 진정성 있는 관계성립을 가능하게 하며 종종 지역 공동체 안에서 잘 육성되고, 지역의 문화적 상황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다. 그리스도인의 증언은 말뿐만이 아니라 생활과 삶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열린 마음으로 나아오는 주민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겸손하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한다.

만약 무슬림들이 그리스도께 나아오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하는 신학의 문제가 아니라 이슬람 공동체를 떠나야 하는 문화와 종교적 정체성의 문제라면, 무슬림이 무슬림으로서 살면서도 주 예수를 참되게 따르는 자로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글| 장드보라 선교사(방글라데시)

[각주]
(1) 예방접종을 위한 백신주사는 유니세프를 통해서 방글라데시 정부에 무상 지원된다.
(2) 가임 여성 중 경구용 피임약 사용이 2007년도에 66.4%이고 남성 정관수술보다는 여성 위주의 피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3) 법적 혼인 나이는 여성이 만 18세, 남성이 만 21세이다. 지역적으로는, 여성 중 만 18세가 되기 전에 혼인한 여성은 농촌에서 78.4%, 도시에서 65.2%로 농촌지역에서 조혼은 매우 흔하게 행해지고 있다. BBS-UNICEF(2007), Multiple Indicators Clusters Survey Bangladesh 2006자료.
(4) 2008년 통계에 따르면, 모든 교육 단계에서 남교사가 전체 교사 수의 약 80%를 차지하고 여교사는 단지 20%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BANBEIS(Bangladesh bureauof Educational Information
& Statistics) cited in Goverment of the People’s Republic of Bangladesh (2010). Gender Budgeting Report. 25-26
(5) 가나안농군학교는 농촌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신 계몽과 농촌 지도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재는 농군학교 졸업생들의 신용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6) 방글라데시 국가정보의 데이터 산출에 대해서는 신뢰할만한 시스템이 갖춰있지 못하다. 하지만 출산율의 감소 추세는 현저하다.
(7) UN IGME(The Inter-agency Group for Child Mortalith Estimation) 2012 통계 참조. 유니세프에서 전 세계의 ‘영유아사망률(5세 이하)’통계를 발표하였는데 방글라데시가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영유아 사망률이 가장 많이 떨어진 4개의 나라 중에 하나이다.(4개의 나라는 라오스, 동티모르, 리베리아 그리고 방글라데시이다.) 참고로 한국은 5명/1000명, 일본은 3명/1000명, 영국은 5명/1000명, 프랑스와 독일은 4명/1000명, 미국은 8명/1000명이다.
(8) Education Watch가 2008년 실시한 문해율은 52.1%이고 지역별로는 농촌의 성인 문해율(15세 이상)이 48.6%, 도시가 70.8%로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매우 크다(남:녀=55.7%:48.6%).
(9) 이슬람교의 종교적인 영향으로 여성들이 활동하는 분야(선생님, 의료 보건)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 제한적인 분야마저도 남성들이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성들이 학교 선생님, 의사, 간호사, NGO 단체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시골은 보수성이 강해서 다카의 봉제공장으로 취업하는 여성들은 많지 않다.
(10) 코란은 무슬림 경전으로 아랍어로 되어 있다. 벵골어로 번역된 코란도 있지만 공식 종교 예배와 의식에서는 반드시 아랍어로 사용해야 한다.
(11) 아랍어로 책(Book)이라는 뜻이다. 성경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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