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Overlay

다문화이주민 타운: 서울편

도시와 사람들(1)
Web Journal  27호 2021. 06

오늘날 대한민국 도시들은 전국이 국제도시이다. 어느새 많은 외국인들의 삶이 우리 사회 속으로 옮겨져 왔고, 이곳은 그들의 또 다른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 도시 속으로 옮겨진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조망하며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다문화이주민들의 삶을 만나보고자 한다.

1. 서울 속의 ‘작은 지구촌’, 다문화이주민 거리에 가다
2019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현황 통계1)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총 외국인 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4.6%에 달하는 9,673,936명이다. 서울시 안에는 종로구(8.2%), 중구(10.1%), 용산구(9.2%), 광진구(6.2%), 동대문구(6.2%), 서대문구(5.0%), 구로구(12.5%), 금천구(13.1%), 영등포구(14.3%), 동작구(5.0%), 관악구(5.9%) 등 다문화이주민 거주가 5% 넘는 곳이 11곳이나 있을 정도이다.

1.1. 용산구(*지도①)
1) 이태원 무슬림타운
이태원은 오래전부터 ‘한국 속의 세계’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걷다보면 이태원 남동쪽 끝자락에 1969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모스크인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이 있다. ‘주마(Jumah, 합동예배)’가 있는 금요일에는 흰 수염에 터번을 두른 아랍인, 검은 히잡을 착용한 말레이시아 여성, 카자흐스탄인, 인도네시아인, 터키인, 아프리카인 등 많은 사람들이 예배드리기 위해 모인 것을 보게 된다. 이곳을 방문하면 얼마나 많은 무슬림들이 우리 가까이에 들어와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인근 이슬람 거리에는 무슬림을 위한 할랄(Halal) 음식점, 마켓, 히잡을 판매하는 옷가게, 이슬람 전문서점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교리, 율법과 관련된 전문 서적들과 함께 이슬람 모자와 의상을 판매하는 이슬람 서점은 지역에 사는 무슬림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이슬람 문화 관련 질문을 하는 여행자에게 기초적인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지하에는 이슬람 센터와 도서관도 있다. 서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는 오직 종교 활동을 위한 율법, 꾸란 해설 등의 토론과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사단길 초입에 있는 무슬림 마켓인 ‘MARHABA MART’이다. 이곳에 들어가면 본토에서 수입한 할랄 인증 식품재료들과 할랄음식, 이슬람 생활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이슬람 사원 가는 길은 여기가 한국인지 어느 이슬람 도시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거리 곳곳에는 이슬람 음식을 파는 식당들의 아랍어 간판들에 표기된 할랄(Halal) 마크가 눈에 뛴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의해 먹거나 쓸 수 있도록 허락된 재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의미이다.

우사단길에는 이러한 할랄 음식을 파는 식당과 할랄 식재료를 파는 가게가 밀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슬람 거리’로 더 많이 불린다. 이슬람 신자들에게 할랄은 공기와도 같은 존재이다. 음식점 주인도 대부분 서남아시아나 중동에서 온 사람들이다. 간혹 한국인이 할랄 식당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 역시 대부분 무슬림이다.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은 대한민국에 이슬람교와 아랍문화를 알리고, 이슬람 국가와의 원만한 교류를 위해 설립되었다.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의 1층에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사무실과 회의실이, 2층에는 남자 예배실이, 3층에는 여자 예배실이 자리해 있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무슬림이 생겨난 것은 1970년대 중동건설 근로자들이 귀국하면서부터였다. 1975년 석유 위기 이후 중동과의 관계개선 과정에서 아랍권 고위인사들이 한국의 이슬람 발전에 관심을 표명했고, 한국 정부도 친 아랍정책으로 이슬람의 발전을 지원했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에서 생겨난 것이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이다. 1975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6·25때 터키군이 기도하던 한남동의 부지 1500평을 무슬림들에게 제공했다. 1976년 5월 21일 그곳에 한국 최초의 모스크 서울중앙성원(Seoul Central Masjid)이 세워졌다.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건물은 돔과 아라베스크 양식을 절충한 한국 최초의 이슬람 성원(모스크)이다. 모스크 상단에 앗쌀람 알라이쿰(신의 평화가 당신과 함께하기를)이라는 이슬람 인사문구가 붙어 있다.

요즘은 한국인 무슬림 개종자도 많다. 최근에 한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등 이슬람권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면서 모스크를 찾는다. 한국의 모스크는 그들이 편안하게 쉬고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 용산 2동 힌두타운
용산구 해방촌(용산 2동)에는 힌두교 한 종파인 ‘하레 크리슈나’사원이 있다. 하레 크리슈나란 인도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들 가운데 가장 높은 신인 크리슈나를 믿는 인도의 한 종파다. 평일에는 20~50명의 신도들이, 종교축제가 열릴 때는 500명이 넘는 신도들이 사원을 찾는다고 한다.




3) 이태원동 아프리카타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이슬람 사원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서 올라가니 양옆으로 케밥, 라마준, 사르마 등 이슬람 음식을 파는 이슬람 식당뿐 아니라 히잡, 토브 등 이슬람 전통 의류를 파는 옷가게와 이슬람 도서관까지 들어서 있다. 간판만 보고는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 외국의 어느 한 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식당마다 ‘할랄(Halal)’ 인증을 받은 음식을 판다는 안내 표시도 곳곳에 붙어있었다. 이슬람 사원으로 올라가는 우사단로 초입 길을 가로지르는 옛 이화시장 골목인 보광로 60길은 ‘아프리카 거리 또는 나이지리아 거리’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주류가 나이지리아 사람들이었는데 이태원에 거주하는 나이지리아인 대다수가 원단·자동차·가죽·의류 무역에 종사했다고 한다.

이태원 아프리카거리

예전에는 이 거리에 아프리카 음식점을 비롯해, 건물 한 층 전체가 아프리칸 식료품점·이발소·의류점으로만 채워진 곳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붐비는 인근 ‘이슬람 거리’와 달리 2021년 10월에 찾은 아프리카 거리는 아프리카 거리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규모로 아프리카계 상점들도 전과 달리 상당수가 문을 닫아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든 침체된 분위기가 흘렀다.


4) 동부이촌동 재팬타운

전통적으로 일본인이 많이 살아 ‘서울의 리틀 도쿄’로 불리는 동부이촌동에서 일본인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 일본인 학교 주변으로 이사를 떠난 사람이 많아진데다, 한일관계 악화로 가족을 동반한 주재원이 줄어든 탓이다. 이 일대에 사는 일본인 99%는 주재원인데, 가족 단위 일본인들은 학교가 있는 상암동으로, 1인 가구의 경우 월세도 싸고 편의시설도 더 많은 마포역 인근으로 이주하는 추세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깊어지며 가족을 두고 입국한 주재원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촌동에서 일본인이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일본어 상담도 가능하다는 설명을 붙인 부동산
일본어가 함께 병기된 재팬타운 안내도
일본어가 함께 병기된 상가 간판

1.2.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지도②)
서울 반포대교 남단의 사평로를 지나 팔레스호텔 옆으로 난 서래로를 지나다 보면 고급 빌라촌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서초구 반포 4동과 방배본동 일부에 위치한 서래(西涯)마을이다. 서래마을은 한국 최대의 프랑스인 거주 지역으로 최소 수백 명의 프랑스인이 상주하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 거주 프랑스인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수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프랑스계 회사에 종사하는 인구이며, 주로 이들의 자녀들이 통학하는 서울 프랑스 학교가 1985년경, 본래 외국인 거주 지역인 한남동에 위치해 있다가 서초구로 옮겨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프랑스인 인구가 모여 서래마을의 형성이 시작되었다.

프랑스어 안내가 쓰여 있는 반포4동 주민센터 표지판, 출처: wikipedia
서래마을에 자리한 서울프랑스학교 Lycée français de Séoul

1.3. 서울시 안의 차이나타운(*지도③, ⑦~⑫)
수년간 중국계 중국동포, 한족을 포함하여 중국에서 건너온 외국인들이 국내 곳곳에 이들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고 있다. 그 중 서울에서만 자양동, 신길동, 대림동, 가리봉동, 구로동, 독산동, 봉천동, 흑석동, 명륜동, 연희동, 연남동, 신길동 등에 있으며, 집단거주지가 형성되면서 주변 문화와 다소 차단된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구한말 한국에 건너온 화교의 후손들이 모여 형성된 타운과 중국본토(중화인민공화국)에서 최근에 이주하여 타운을 형성한 차이나타운이 구분되어져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본토에서 이주한 이주민들이 대거 타운을 형성하고 있어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과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두 곳을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보고자 한다.

1)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지도⑨)
가리봉동은 우리나라 산업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 수출국가산업단지가 자리 잡았던 곳으로서 산업화 시대의 상징적 장소이다. 1990년대 공단 쇠퇴와 함께 한국인 근로자들이 떠나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동포와 중국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2002년 정부가 자진 신고하는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6개월~1년의 출국준비 기간을 부여했을 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기간을 준 것으로 이해돼 음지에 숨었던 중국동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연변거리로 형성되었다. 이곳은 중국어 간판의 식당, 노래방, 직업소개소 등 중국에 있는 중국동포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중국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 이색 장소이다.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3번 출구로 나와 걷다보면 만나게 된다.


한국에서 생활하던 중국동포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중국동포의 상당수가 신림, 낙성대 등으로 옮겨가면서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은 다른 양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2)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지도⑩)
영등포구 대림동은 한국에 일거리를 찾아 들어온 중국동포들과 중국인들이 오랜 시간 터를 잡고 살아온 곳으로 중국인 밀집도가 서울에서 가장 높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에게는 낙후지역, 우범지대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대림역 12번 출구 대림동 중앙시장으로 나오면 곧바로 대림동 차이나타운이 나온다. 가리봉동에서 영업하던 중국인들이 임대료 상승을 피해 대림동으로 이주하면서 중앙시장의 규모가 커졌다. ‘청년경찰’, ‘범죄도시’ 등의 영화가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배경이 되면서 한국인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본토 투자자본이 빠지면서 뜨내기 중국인들이 줄어들고 한국에 정착하는 중국인들이 대림동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돈만 버는 거리가 아니라 내 아이가 자라는 곳으로 여기는 중국 상인들이 나서서 치안 유지에 신경 쓰는 변화가 생겼다.



시장골목 초입부터 중국어 간판들로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의 언어마저도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니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점포 소유주의 절반가량이 중국인이라고 하는데 거리를 지나치다보면 이 거리의 거의 모든 상점이 중국인 소유로 느껴진다.

이곳은 중국 식자재를 활용한 중국식당 등이 즐비해 있어서 중국인들이 늘 북적거린다. 좌판에 펼쳐진 중국식 만두와 소시지, 연변 순대 등 다양한 중국음식들이 이색적이다. 중국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먹거리 탐방을 하는 것만으로도 짧은 여행을 하듯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시장이다. 최근 마라탕, 마라상궈 등 중국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음식을 먹기 위해 한국인들의 방문도 많아졌다.

조금씩 들어갈수록 대림동의 중국색이 진해졌다. 중국인이 자주 찾는 생필품·식료품 가게가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 아예 한국어가 없는 가게도 많았다. 식료품 가게의 구성도 달랐다. 여기에서는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축한 오리고기와 닭고기, 오리알 등을 파는 가게들이 보였다.

이곳의 중국음식은 보통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져 있어 시중의 중식당과 미묘하게 다르다.


3)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거리(*지도
)

지하철 2, 7호선이 만나는 건국대역 5번 출구로 나오는 자영동 거리는 의류 패션의 상징이자 젊음의 거리인 ‘로데오 거리’로 유명했었다. 2007년 방문취업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중국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로데오거리 뒤편으로 중국동포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양꼬치식당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었다.

자양동 양꼬치거리 입구

중국동포상인회가 발족될 정도로 중국동포 상가가 많아지면서 2015년 10월 제1회 건대양꼬치거리 음식축제를 개최하였다. 이에 광진구는 중국동포거리를 특화거리로 만들고자 ‘양꼬치거리’로 이름을 만들고 2016년 거리 입구에 ‘양꼬치거리’라고 쓴 대형 조형물까지 세워주었다. 그리고 10월마다 양꼬치와 중국음식 문화축제를 개최해도다가 2017년부터는 연변 중국동포 예술인들이 주축이 된 문화공연까지 겸해 지역주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 거리는 로데오거리에 중국동포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확장 진출되면서 베트남, 인도, 태국, 일본 등 아시아 전문요리 음식점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자양4동 로데오거리는 ‘한국 속 아시아’ 맛 거리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4) 서대문구 연희동 차이나타운 – 마포구 연남동 차이나타운(*지도⑦, ⑧)
예전부터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던 마포구 연남동과 서대문구 연희동은 ‘리틀 차이나’라고 불렸다. 

‘리틀 차이나’로 불리운 연희동 거리

연남동과 연희동에 차이나타운이 생기게 된 것은 1948년 명동 중국대사관 안에서 개교했던 한성화교학교가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1969년 연희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화교들도 이동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대만의 교육과정과 같아 교재도 대만 정부에서 지원된다고 되며, 다른 점이 있다면 일주일에 몇 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한성화교중고등학교(韓國漢城華僑中高等學校)

이렇게 학교의 이전과 함께 화교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구기원, 향미, 매화, 하하, 구무전, 등의 중국 음식들의 최고들이 모여들어 중국인, 한국의 미식가, 맛집 블로거, 차이나레스토랑에서 특별한 디너를 즐기려는 서양인들이 이곳을 찾는 맛을 제공하며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곳을 방문해보면 리틀 차이나타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티도 안날만큼 소박하게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연남동-연희동을 잇는 거리에 있는 중국음식점들

최근에 다시 방문한 연희동-연남동 차이나타운은 MZ세대2)에 맞는 카페와 음식점들로 많이 대체되어 이전에 있었던 중국 식당들 중 많은 곳이 폐업된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거리의 한성화교학교를 제외한 거리의 모습만으로는 리틀 차이나타운의 모습은 확인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연남동-연희동을 잇는 거리에 있는 중국음식점들

1.4. 성동구 왕십리 베트남타운, 용산구 이태원동 베트남 퀴논거리
1) 왕십리 베트남타운(*지도④)
서울 왕십리역 2번 출구로 나와 100여m 걸어가면 쌀국수와 라이스페이퍼, 각종 채소, 향신료, 양념 등을 파는 식료품가게로 동남아 출신 주민들이 고향 음식을 해먹고 싶으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이곳은 인근 성수동 일대의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손님의 대부분이고 주말에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는 강의실, 컴퓨터실, 상담실, 무료진료실, 다문화카페, 이주민사랑방 등을 갖추고 있어 베트남인들의 사랑방으로도 불린다.

왕십리베트남 타운에서 유명한 베트남 쌀국수집 출처: https://blog.naver.comteemoticon221095756846

그런데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등을 합쳐 한국에 사는 베트남 출신이 21만 명이 넘는데도 이주노동자들은 서울 영등포·구로·금천구와 경기도 안산·부천·의정부 등지에 많이 모여 살고 결혼이민자는 전국에 퍼져 사는 등 베트남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베트남타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이태원동 베트남 퀴논거리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퀴논정원’이라는 작은 정원과 베트남 식료품, 베트남 음식점, 베트남 커피를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300m 길이의 거리를 퀴논거리로 2016년 조성이 하였다.

이태원 베트남 퀴논거리 입구

베트남과 한국의 가까운 외교적 우호관계를 상징하기 위해 이태원의 베트남 퀴논(Quy Nhơn) 거리로 조성하여 관광객, 특히 베트남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거리는 바닥을 베트남 국화인 연꽃무늬로 꾸미고 가로등 기둥에는 베트남 전통 문양을 새겼다. 베트남 유학생, 결혼이민자, 기업 자원봉사자 등이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과 포토존 등을 설치했다. 거리 양옆에는 베트남 음식점을 비롯해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적힌 간판이 많이 눈에 띄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러나 2021년 베트남 퀴논(Quy Nhơn) 거리는 거리의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참 힘들었다. 이것은 아마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의 입국이 어려워졌고, 국내 가게들도 운영상의 제한이 지속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지니 폐업하는 곳들이 많아져 관리가 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5. 중구(*지도⑤)
1) 광희동 몽골타워
지하철 2,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뒤편으로 가면 러시아-몽골거리로 불리는 곳이 나온다. 90년대 동대문시장을 찾은 러시아 상인들과 몽골 등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정착하기 시작해 형성된 이 지역은 키릴문자 간판의 상점과 러시아인, 몽골인들로 가득하다. 이 거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반 가게도 한국어, 몽골어 간판을 병용하고 거리에서 몽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주말이면 경기도 광주, 화성, 시흥, 안산 등 공단지역의 몽골인 노동자들이 이 몽골타운으로 대거 몰려온다.

한 건물에 40개 이상의 몽골 사업체가 몰려 있는 몽골타운(좌),러시아-몽골 거리가 위치해 있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우)

몽골인들의 가게 대부분은 ‘몽골타워’로 불리는 10층짜리 ‘뉴금호타워’ 건물에 밀집되어 있다.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부터 10층까지 몽골어가 빼곡히 쓰여 있으며 몽골인들을 대상으로 한 환전소, 여행사, 잡화점, 미용실, 휴대폰매장, 몽골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 등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불법체류자를 비롯해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몽골인들이 서로의 안부나 일자리 소식을 주고받는 작은 몽골사회이다.


2) 광희동 중앙아시아타운

1990년대 초 러시아와 수교를 맺으면서 동대문시장에 물건을 사러 러시아 상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러시아 인근 국가에서 온 상인들이 많아졌다. 광희동은 그런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면서 터를 잡고 광희동 중앙아시아타운으로 형성됐다.

온통 키릴 문자로 간판을 채운 휴대전화 가게, 양품점, 화장품 판매소, 이슬람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어 골목마다 이국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모여들어 반가운 사람을 만나고, 고향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향수를 달래기 위해 거리와 상점들에 넘쳐난다. 그러면서 ‘동대문 실크로드’로 소문이 나서 한국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식품점에는 중앙아시아 물건이나 러시아 식품 등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기호에 맞는 물건을 취급하고 있다.


1.6. 종로구(*지도⑥)
1) 혜화동 필리핀마켓
매주 일요일 오후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혜화성당 앞으로 가면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이색적인 장이 선다. 이곳에서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식재료, 각종 야채, 과일, 생활용품, 다양한 간식과 간단한 식사가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995년 무렵, 필리핀 사람들이 혜화동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것이 계기가 되어 매주 정기적으로 시장이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필리핀 마켓은 크고 북적이는 시장이 아니라 일렬로 배치된 시장이기에 대학로를 방문했을 때 잠깐 구경하고 가기에 좋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 보면 필리핀마켓의 초입이 나온다.

필리핀 마켓에는 필리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스턴트 음식을 사 가거나, 조리된 필리핀 요리를 포장해갈 수도 있다. 과도하게 구매를 강요하거나 시끌벅적하게 흥정하지도 않아 자유롭게 구경을 하면서 소소한 제미를 느낄 수 있다.

2) 창신동 네팔타운
지하철 1호선 동대문·동묘역 사이에 종로구 창신동의 네팔음식거리가 있다. 2000년 문을 연 네팔 음식점 ‘나마스떼’를 중심으로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형성되었다. 이후 ‘히말라얀’ ‘뿌자’ ‘에베레스트’ 등 네팔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잡화점 등이 하나 둘 생겼다. 창신동 네팔음식거리는 차이나타운처럼 다문화에 특화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아 타운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특색 있는 네팔 전문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지금의 네팔 음식점에는 네팔 손님보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국 손님이 많다고 한다.

골목을 걷다보면 빨간 벽돌 건물 사이에 휘날리고 있는 삼각형의 네팔국기를 보여 네팔식당/네팔마트 임을 알 수 있지만, 판매되는 물건의 종류가 향신료와 전통복장 정도로 다른 외국인타운에 비해 눈에 띄는 상품도 별로 없어 아쉬웠다.


1.7. 관악구 낙성대역 샤로수길(*지도⑫)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3~4분 정도 걸으면 샤로수길이 나온다. ‘샤로수길’은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글자 ‘샤’와 문화거리의 대명사가 된 ‘가로수길’을 합성한 이름이다. 이 골목길로 들어서면 아담한 규모로 지어진 이국적이고 독특한 다국적 점포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어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서울대입구역 인근 원룸촌에 거주하는 20~30대 자취족(族)과 혼밥족, 미혼 직장인들이 주요 수요층이지만, 데이트 나온 연인들과 한국으로 유학 온 유학생들의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정리/사진| 장영순(SIReNer), 황혜진

[각주]
1) 출처: 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통계현황 2019.11.1
2) 
MZ세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그들은 소비와 유행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X세대와 같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에서 Z세대와 같다.

   *위 자료의 저작권은 UPMA에 있으므로, 인용하여 사용하실 경우 반드시 출처를 남겨 주십시오.. 

 

 

 

 

디지털 저널
C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