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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종교(5) 조상숭배 신앙

CAS 디스커버리(3)
Web Journal  31호 2024.9

조상숭배의 정의를 보면 ”조상 숭배(祖上崇拜, veneration of the dead, ancestor worship)는 죽은 조상이 살아 있는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혹은 줄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종교 체계이다1” 라고 되어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궁극자, 절대자를 신앙하는 신(神)에 대한 종교와 비교했을 때, 조상숭배 신앙은 같은 형식과 의례가 아니라, 다양한 양태로 표현이 된다. 이처럼 조상숭배 양태는 국가마다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상을 숭배하는 목적은 축복, 건강, 번영 등 어떤 것에 대한 기원으로, 동일 문화권 내에서도 어떤 이들은 조상을 존경하는 차원에서 조상숭배를 하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조상이 뭔가를 해줄 수 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조상숭배를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베트남과 베트남 문화에서 조상숭배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4월 한국의 한 언론에 “‘파묘’ 베트남서 최고 흥행 한국 영화…조상숭배 미신 등 익숙”이라는 기사2가 게재된 것을 보았다. 한국 영화 ‘파묘’가 베트남에서 개봉 된 지 17일째인데, 223만여 명을 동원하여 한국 영화 1위 등극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파묘’는 조상의 묘를 옮겨달라는 부탁을 받은 풍수지리사, 장의사, 무속인과 가족들에게 벌어지는 오컬트 형식의 영화인데, 파묘 배급사는 베트남에서 흥행 성공의 이유를 “베트남에도 조상숭배 사상이 존재해 베트남 사람들이 영화 소재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 베트남만 보더라도 과거에서 21세기 현재까지 조상숭배 혹은 조상제사(祭祀) 문제는 기독교 선교 현장에서 직면하는 가장 예민한 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특히 베트남에서 가톨릭은 이미 베트남 사람들의 조상숭배를 허용하여 문화 수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베트남 개신교 선교의 돌파를 위해 베트남인들에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관의 핵심으로 형성되어 온 조상숭배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조상숭배와 조상제사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베트남인들의 조상숭배 전통의 기원

베트남 사람들에게 ‘조상숭배의 관습’은 죽은 부모, 조부모와 친척에게 제단을 세우고 매일 또는 사망한 날, 기념할 날 등 정기, 비정기적으로 예배와 의식을 드리는 ‘조상숭배의 신앙’으로 체계화되었다. 따라서 베트남인들의 조상숭배는 ‘전통문화 풍습’이라기 보다, ‘조상을 숭배하는 종교 신앙’으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종교’가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 조상숭배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농업 사회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중국을 통한 유교의 유입 이후로 조상숭배에 철학적인 가치가 부여됨으로, 가족, 씨족 등 사회 발전의 기초 동력을 통합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3베트남에서 살았거나 베트남을 연구한 학자들은 베트남 사회를 ‘가족, 마을, 공동체 우선 사회’라고 규정하곤 한다4

“잘난 한 사람보다는 잘난 한 사람이 없어도 공동체가 더 낫다(Xấu đều hơn tốt lỏi)”, ”혼자 살아남은 것은 다 같이 죽는 것만 못하다(Chết một dông con hơn sống một người), “똑똑한 닭은 아무 데나 알을 낳지 않고(Gà khôn thị Chó đẻ hoang), 현명한 남자는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네(Trai khôn thị Chó bỏ làng mà đi)” 등은 대표적인 베트남 속담으로 베트남인들이 얼마나 가족, 마을, 공동체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5베트남의 조상숭배를 연구한 학자들은 베트남인들의 조상숭배 전통이 조상숭배 관계의 개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 곧 몸은 죽었으나 영혼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조상숭배를 하는데, 이러한 믿음은 베트남 고대 민속 신앙의 영향이다6베트남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육신을 떠나지만, 그들은 여전히 후손을 돌보기 때문에 무언가 위험한 것, 피해야 할 것 등을 자녀와 손주들에게 알려준다“고 믿고 있다. 곧 죽은 조상들을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통신의 채널로 영매(靈媒)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조상의 영혼은 그 후손들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신념 체계 때문이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조상을 숭배하지 않는 사람들은 필수적이면서도 올바른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곧 후손들을 낳아주고 양육한 부모들에게 감사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이 안 된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베트남인들의 조상숭배는 막연하거나 비이성적인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당(祠堂)과 반터 제단(祭壇)의 천국, 베트남 이해의 첫걸음

베트남은 사당(祠堂)과 반터 제단(祭壇) 천국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반드시 사당(祠堂)과 반터 제단(祭壇)이 있다. 관광지, 각 도시와 농촌, 마을과 도로(道路)에도 사당(祠堂) 혹은 반터 제단(祭壇)을 볼 수 있다. 혹자는 ”사당(祠堂)과 반터 제단(祭壇)이 없는 집은 베트남인 집이 아니다7“ 라고 할 정도인데, 베트남에서 사당(祠堂)과 반터 제단(祭壇)은 가정 집뿐만 아니라 상점에도, 식당에도, 호텔에도 설치되어 있다.

베트남은 어딜가나 보이는 사당과 반터제단

또한 베트남에서 볼 수 있는 사당(祠堂)과 반터 제단(祭壇)의 종류와 규모도 매우 다양한데, 국가 문화 차원으로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문학사원(Quoc Tu Giam), 문묘(Văn miếu, 공자의 위패를 모신 베트남 최초의 대학기관), 응옥선(Đền Ngọc Sơn, 몽골 침략을 막아낸 Trang Huung Dao의 위패를 모신 사원), 하이바쯩(Đền Hai Bà Trưng, 독립을 위해 중국에 항거한 종얼(Zhong Er)과 종지(Zhong Zhi 두 자매의 위패를 모신 사원), 꽌탄(Đền Quán Thánh, 도교 사원)이 대표적이다.

한편 조상숭배와 관련해서 베트남 정부가 개신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봄으로 베트남인에게 조상숭배가 어떤 의미인지, 또한 베트남에서 개신교를 어떤 점에서 비판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몇 년 전 베트남에 있는 한국 선교사들에게 배포된 베트남의 사회과학원 종교연구원 응우옌(Nguyen) 원장의 리포트를 보면 베트남 정부 혹은 베트남 지식인 계층의 개신교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는 ”베트남의 조상숭배와 관련해서 종교와 문화의 차원에서 개신교는 전통문화와 타 종교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경직된 종교8“ 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베트남의 전통 신앙인 조상숭배를 위한 집안의 반터 제단(祭壇) 설치와 조상에 대한 제사를 거부하도록 개신교가 베트남 사람들에게 강요했다“고 질타했다9반터 중심의 조상숭배는 베트남의 전 국민 거의 모두의 일상의 삶에 영향을 주는 막강한 토속신앙으로 베트남 각 가정과 소속된 단체, 공동체의 길흉화복, 자녀 출산과 재산의 풍성함을 주고 악귀의 침입을 막아주는 조상들이기에 이 신앙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인데 개신교는 단순하게 종교적 차원에서 현상만 보고 우상숭배라고 폄하했다고 비판한다10

계속해서 응우옌 원장은 21세기인 지금도 베트남 전국의 모든 가정, 관공서, 큰 빌딩, 마을 입구에는 반터가 설치되어 있고, 좋은 제물들을 올리고 일 년 365일 24시간 향이 피워져 있는데 바로 이것이 베트남 사회, 베트남 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베트남의 불교나 천주교인들은 베트남 개신교인들과 대조적으로 거의 모두 조상을 모시는 반터 제단(祭壇)을 설치하여 조상에게 감사하고 기도하는데, 개신교는 모든 반터를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고 해서,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 사회에 많은 거부감과 반감을 샀다고 평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회심한 베트남 그리스도인들이 가정 내에서 이 문제로 핍박을 받거나 믿음을 포기하기도 한 경직된 종교로는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도 비판했다11응우옌 원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트남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개신교 선교의 이해와 접근이 성육신적 자세로 조상숭배와 공동체성에 대해 더 내부자인의 시각에서 인내를 가지고 성령의 조명 아래 이루어져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베트남 전국의 모든 가정, 관공서, 큰 빌딩, 마을 입구에는 설치되어 있는 반터

베트남의 조상숭배가 한국과 다른 점 다섯가지

이제는 베트남에 20년 넘게 거주하면서 사역하고 있는 한인 선교사 윤한열의 시각으로 본 베트남의 조상숭배가 한국과 다른 차이점12을 잠시 살펴봄으로 베트남인의 조상숭배를 더 이해해보도록 하자. 베트남과 한국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조상숭배에 많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자손을 돌보는 조상의 신’이라는 뜻으로 한국에서 돌아가신 조상의 신위를 모셔놓은 ‘감실(龕室), 전라도에서는 ’신주단지‘라 부르는데 베트남에서는 반턴 제단(祭壇)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상숭배의 대상이 되는 범위와 내용에 있어서는 베트남이 훨씬 더 포괄적이고 다양하다13

구체적으로 베트남의 조상숭배 문화를 한국과 비교하여, 차이점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14.

첫째, 한국은 일반적으로 삼대 조상까지만 제사를 지내고 모시지만, 베트남은 오대까지 모신다. 또 가문을 넘어 민족의 추앙받는 조상까지 숭배함으로 그 범위가 훨씬 포괄적이다.

둘째, 한국은 명절과 기일에만 제사를 지내지만, 베트남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조상숭배를 한다.

셋째, 오늘날 한국은 조상신을 모시는 제단이 거의 사라졌으나 베트남은 시골뿐만 아니라 대도시 중심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조상신을 섬기는 제단 때문에 베트남에는 반터 제단(祭壇) 사업, 향, 도자기를 생산 판매하는 사업이 대단히 발달하였다15.

넷째, 한국은 잘 익고, 신선한 음식읕 제사상(제단)에 올리지만, 베트남인은 익지 않은 과일과 음식을 제단에 올린다 16.과일을 살 때 대부분 덜 익은 과일을 사서 제단에 며칠 올려서 익으면 조상이 먼저 먹은 후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에서는 익은 과일보다 덜 익은 과일이 비싸다.

북부베트남 다섯과일 쟁반(좌), 중부베트남 다섯과일 쟁반(중앙), 남부부베트남 다섯과일 쟁반(중앙), 출처: laodong.vn

다섯째, 한국에서는 무덤은 집에서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은 무덤을 집 근처에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집 마당이나 주변의 논과 밭 등에 만든다. 특히 산이 없는 메콩 델타 지역에서는 조상의 무덤이 집 근처 논과 밭에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조상이 가까이서 자유롭게 왕래하며 가족들을 보호해 준다는 조상신을 모시는 신앙 때문이다.

조상숭배 및 가족과 관련된 베트남의 대표적인 3대 명절

베트남의 조상숭배와 관련된 대표적인 세 명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뗏(Tết)은 한국의 설날에 해당하는 베트남의 가장 큰 명절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보통 일주일 동안의 시간을 뗏(Tết) 기간으로, 이 기간에 조상에게 제사하고, 친인척이나 스승, 친구들을 방문하여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거리마다 폭죽을 터뜨리고, 용(龍)춤 축제 행사를 거행한다. 한국인들처럼 베트남 사람들도 보통 뗏(Tết) 기간에는 자기 본가 가족에게로 가서 함께 명절을 보낸다. 베트남 가정마다 뗏(Tết) 이전에 미리 특별한 명절 음식을 요리하고 집 안 청소를 하면서 뗏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보통 뗏(Tết)의 첫 3일 동안은 자기 집안의 화목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에게 집중한다. 이 기간에 갈등이나 말다툼에 가담하거나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한 해의 불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여겨 각별히 주의한다17

뗏(Tết) 명절 동안 베트남 사람들도 친척과 친구들을 방문하는데 일반적으로 뗏(Tết)의 둘째 날은 보통 친구들을 위한 날이고, 셋째 날은 베트남에서 존경을 받는 스승들을 위한 날로 서로 만나 교제와 감사를 나누기도 한다. 또 뗏(Tết) 명절 기간 내내 베트남인들은 매일 반터 가족 제단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조상의 무덤을 방문하여 음식 공양과 감사의 의식을 행하는데 존경의 표시로 가족의 무덤을 깨끗이 청소한다.

뗏(Tết, 설날)에 차례진 제단, 사진출처: https://laodong.vn

베트남 전통에 따르면, 음력 새해 첫날에 가정에 좋은 일이 생기면 그다음 해에도 축복이 가득하다고 여겨, 일반적으로 좋은 성품, 도덕성 및 성공을 거둔 사람이 호스트 가족에게 행운의 징조로 먼저 집에 초대된다. 또한 집주인은 자정 몇 분 전에 집을 나섰다가 반드시 자정이 되자마자 바로 집에 돌아와 새해에 불행한 사건을 가져올 수 있는 다른 사람이 먼저 자기 집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이것은 과거부터 현재도 베트남 많은 가정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관행이다18

또 이 시기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뗏(Tết) 인사의 대가로 행운을 빌기 위해 돈이 든 빨간 봉투를 나눠주는데, 한국의 세뱃돈과 같은 의미이다.

다음, 베트남에서 ‘부란 절(Vu Lan)’이라 부르는 음력 7월 15일은 뗏(Tết) 설 다음으로 큰 명절이다. 매년 7월 5일 이후부터 베트남의 모든 거리마다 부란 절(Vu Lan) 축제 분위기가 넘치고 사원, 사찰마다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로 바쁘다. 부란 절(Vu Lan)의 기원은 석가모니의 수제자였던 무칼리안(Mục kiền liên, 팔리어 목갈라나)이 굶주린 악마로부터 어머니를 구했다는 전설에 기원을 두고 있다19베트남에서 부란 절(Vu Lan)은 조상을 공양하는 날이자 자녀들에게 부모의 은덕을 감사하는 베트남의 어버이날이기도 해서, 이날 부모님께 장미꽃을 달아드리고 세족식과 절을 올리는 한편 부모와 조상을 위한 기도를 올리려 수많은 사람이 사원을 찾는다. 한국과 다른 점은 살아계신 부모와 돌아가신 부모 모두를 위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날은 또 제사를 지내줄 후손이 없는 고혼(孤魂)을 위해 종이돈과 옷가지를 태우며 기도를 올리고,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해 비어있는 ‘바람 무덤’을 만들어 방황하는 영혼이 쉴 곳을 만들어준다. 부란 절(Vu Lan)이 있는 주에 베트남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고 채식으로 제계(齊戒)를 하여 부모님과 조상에게 감사하고 인간의 본분으로서 참된 효와 공덕을 실천한다20

또한 베트남 명절 중 매년 음력 3월 10일은 홍왕(雄王, Hùng Vương)21 기념일로22 이날은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공휴일로 전국적으로 조상숭배, 애국심을 기리는 중요한 날이다. 흥왕은 현재 베트남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류 민족 비엣(Việt)족의 조상이기 때문이다23베트남 북부 델타 지역과 현재의 중국 광시 좡족 자치구 인근에 있었던 락비엣(Lạc Việt, 雒越, 낙월)이라는 민족이 세운 반랑국(Văn Lang, 文郎, 문랑)은 서기전 2,879년에 훙왕(雄王Hùng Vương)에 의해 건국되어 이후 18명의 훙왕이 2,621년을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24.

베트남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음력 3월 10일을 국가 공휴일, 즉 우리의 개천절과 같은 ‘국조 훙 브엉 제사일’로 지정해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훙왕(雄王)숭배는 베트남인들 속에서 매우 특별하고 중요하게 자리 잡은 신앙으로, 전국에서 훙왕(雄王) 및 왕실, 훙왕 (雄王) 시대 장군들을 모시는 곳이 1,400군데를 넘는다25또한 반랑(Van Lang)국이 있던 베트남의 푸토(Phu Tho)성(省)에는 훙왕(雄王) 제사 신앙에 관련된 유적지가 345군데나 있다26훙왕(雄王) 제사 신앙은 201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올해 2024년에도 지난 4월 18일이 음력의 3월 10일에 해당되기 때문에, 베트남인들은 전국에서 이날 최초의 국가를 형성한 베트남의 국조(國祖) 기념일을 통해 베트남 민족의 통합을 강화하며 건국 조상에게 감사하는 예식을 했다.

흥왕동상

나가는 말, 베트남의 문화적 정체성인 조상숭배에 대한 선교적 태도와 방향

베트남의 공식 명칭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다. 즉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다.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집회의 자유는 없으며 전도 활동 또한 허락하지 않는다. 베트남이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종교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 사회 문화 속으로 들어가 보면 일상생활 전반에 종교성이 대단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상숭배 신앙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가 가장 배격한 것이 유심론, 봉건 미신이라는 민간 신앙인데,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이 ‘사당(祠堂)과 반터 제단(祭壇)의 천국’이라니. 어쩌면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 강대국의 침략을 모두 물리치고, 외래문화와 종교를 자기화한 자부심의 결정체가 베트남인의 종교성이 가장 녹아있는 조상숭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필자가 카스 CAS 30호, 31호를 통해 연재한 베트남 종교 1) 가톨릭 2) 개신교 3) 불교 4) 까오다이교 5) 조상숭배 신앙의 마지막 글에 해당된다. 특히 이번 조상숭배 신앙은 유교 불교 도교와 민간 신앙이 결합되어 있는 베트남인을 가장 베트남답게 특화시키고 있는 세계관이자 정체성 부분에 해당된다. 따라서 복음과 문화라는 틀에서 베트남 선교는 베트남 문화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자문화중심주의의 태도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특히 베트남으로 관광을 가는 한국인들과 지역교회 단기 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함부로 베트남인의 문화를 경멸하는 태도는 선교의 큰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베트남의 종교 편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향후 베트남 문화 이해를 전제한 복음 전파를 통해 인간의 타락과 죄로 오염된 문화를 변화시키는 변혁적 선교가 더 실천되기를 소망해본다.   글| 정보애(SIReNer)

위 자료의 저작권은 UPMA에 있으므로, 인용하여 사용하실 경우 반드시 출처를 남겨 주십시오. 

  1. 위키백과, 조상숭배.
  2. 오보람, “‘파묘’ 베트남서 최고 흥행 韓 영화…조상숭배 미신 등 익숙”, 『연합뉴스』, 2024. 04. 02.
  3. 김종욱, “베트남 민간 신앙 체계에 관한 고찰”, 『동남아연구』, 7호, 1998.
  4. 베트남에서 8년간 주재원으로 근무한 후, 다시 7년 베트남 현지에서 살면서 느꼈던 베트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연재로 게재 중인 한정호는 ‘알 듯 말 듯 한 베트남 사람 이야기 코너를 통해 베트남을 알리고 있다. 이 연재 기사 중 이 글은 ‘한정호의 “가족, 마을, 공동체 우선 사회”인데 이중 베트남 속담은 베트남 연구학자 조재현·송정남, 『베트남 들여다보기』,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4를 재인용 했다.
  5. 조재현·송정남, 『베트남 들여다보기』,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4.
  6. 위의 글.
  7. 위의 글, 각주 2) 한정호
  8. 안필립, “개신교회를 바라보는 베트남 정부의 시각”, 『코리안뉴스』, 2021. 08. 06. 이 기사의 내용은 베트남 사회과학원 종교연구원 응우옌(Nguyen) 원장의 보고서 내용을 부분 발췌 재인용 했다.
  9. 위의 글.
  10. 위의 글.
  11. 위의 글.
  12. 윤한열, 『같은 베트남 다른 베트남』, 서울: 세우미, 2023.pp. 216-217..
  13. 베트남 조상숭배 연구학자 두 명의 말 재인용. 딘 자 카인() “조상신 문화는 동남아시아 민족들에게 나타나는 이 지역 문화의 특수성이다.” G. G. 스트라타노비치(Stratanovich), “베트남 사람에게 나타나는 조상신 문화는 모든 면에서 다른 어떤 ᅟᅵᆽ역보다도 훨씬 더 보편적이고 더 발전되었다.” 윤한열, 『같은 베트남 다른 베트남』, 서울: 세우미, 2023. p. 215에서 재인용.
  14. 위의 책. 8. 조상신. pp. 216-217.
  15. 베트남 인터넷에 관련 사업자 사이트 참고 자료를 보면 도움이 된다. 반터(ban tho) 판매용 사진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이외 조상숭배와 관련된 많은 도자기 용품도 판매한다. https://gomsuhcm.com/?product_cat=&s=ban+tho+gia+tien&post_type=product
  16. 참고 자료를 보면 안익은 과일이 제단에 올려진 시진을 볼 수 있다. https://laodong.vn/van-hoa-giai-tri/bai-tri-ban-tho-va-mam-ngu-qua-theo-van-hoa-3-mien-bac-trung-nam-653926.ldo, “베트남 북부-중부-남부의 3지역 문화에 따른 5가지 과일의 제단과 쟁반 장식” 글
  17. https://vi.wikipedia.org/wiki/T%E1%BA%BFt_Nguy%C3%AAn_%C4%90%C3%A1n,Tết Nguyên Đán(뗏 설날) 베트남 위키백과.
  18. 위의 글.
  19. 베트남 쿤툼 정부 자료: “VU LAN 페스티벌 – 기원과 의미”.
  20. 구미래, “구미래의 세계 불교 민속 순례 (2) 베트남의 명절과 통과의례”, 『불교신문』, 2019. 01. 23..
  21. 기원전 7세기에서 2세기까지 존재했던 Lac Vet 족의 반이랑(Van Lang) 왕을 가리키는 용어. 베트남 위키백과.
  22. 위의 글.
  23. ‘쪼 또 훙 브엉(Gio To Hung Vuong)’또는 훙왕 축제는 베트남의 큰 명절로 매년 음력 3월 10일에 최초의 왕인 훙왕에게 제사를 지낸다. ‘조 또(Gio To)는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 ‘훙 브엉(Hung Vuong)은 왕의 제사를 뜻하는 말이다. 한국의 10월 3일 개천절과 같은 날로 베트남 건국 시조인 ‘훙왕’을 기리는 날이다.
  24. 박찬화, “환웅(桓雄)과 베트남 웅왕(雄王)의 연관 가능성”, 『한(韓)문화타임즈』, 2020. 11. 05.
  25. 위의 글.
  26. 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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