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사람들
Web Journal 32호 2024.12
오늘날 대한민국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부터, 다른 지역에서 이사를 와서 자리를 잡은 이들, 심지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만들어간다. 법무부 출입국자 및 체류외국인 통계 자료를 보면 총외국인이 2,692,359명(2024년 10월)이고, 그 중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등을 합쳐 베트남 사람들이 321,795명(2024년 10월)1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서울 영등포·구로·금천구와 경기도 안산·부천·양주·광주·의정부 등지에 많이 모여 살고, 결혼이민자는 전국에 퍼져 사는 등 베트남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베트남타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호는 한국에서의 베트남을 느낄 수 있는 두 곳을 통해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느껴보려고 한다.
이태원 퀴논(꾸이년, Quy Nhơn)길
이태원역 4번 출구 근처에는. 용산구가 베트남의 퀴논 시와의 자매도시 교류 2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퀴논길 테마 거리가 있다. 이 거리에는 베트남 퀴논시와 파월(派越) 한국군 맹호부대의 사연이 담겨 있다.

퀴논시는 베트남어로 꾸이년(Quy Nhơn, 歸仁)이다. 꾸이년은 베트남 중부 빈딘(Bình Định, 平定)의 성도로 인구는 28만 명쯤 된다. 고대 베트남 남부 고대 참파(Chăm Pa) 왕국의 옛 수도로 지금도 참파 왕국을 세운 짬족(Chăm/占)이 빈딘성에 가장 많은 소수 민족으로 남아 있다.

맹호부대는 베트남전에 참전한 육군 수도 사단으로 용산에서 창설되었다. 부대는 1965년 9월 25일에는 선발대가 출국하고, 10월 16일에는 본대가 부산항을 출발해 10월 22일 베트남의 중남부 항구도시 퀴논에 상륙했다. 맹호부대의 작전으로 수많은 베트남 민간인이 살상되는 사건으로 퀴논 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베트남 통일 후 퀴논시에는 한국군 증오비가 설치될 정도였다.

이런 상처를 안고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재수교를 했다. 베트남은 한국군의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 군에 의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퀴논시와 장학사업, 의료 지원사업, 집짓기 사업 등을 다양하게 펼쳐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퀴논시의 한국군 증오비가 위령비로 바뀔 정도로 현지인들의 앙금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용산구는 한-베트남 재수교 24주년, 용산구-퀴논시 우호교류 20주년이 되는 2016년에 이태원에 퀴논 거리를 조성했다. 이태원 퀴논 거리는 한국에 세워진 첫 베트남 타운인 셈이다.
퀴논길에서는 베트남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고깔 모양의 베트남 전통 모자인 ‘농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조형물을 시작으로, 베트남 분위기의 벽화, 매장 인테리어 등도 눈에 띈다. 베트남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쌀국수와 반미샌드위치, 베트남식 커피 등을 맛볼 수 있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도 있다.

퀴논 거리는 베트남 유학생, 결혼이민자, 자원봉사자 등이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과 포토존 등을 설치했다. 거리에는 베트남 음식점을 비롯해 외국어로 적힌 간판이 많이 보인다.

한때 한국과 베트남은 전쟁을 했던 사이였지만, 이젠 우리나라와 경제교류가 활발한 나라가 되어 두 나라 사이에 인적교류도 활발해 서로 ‘사돈의 나라’로 부르기도 하는 나라 베트남은 이제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
대부도 연화사(Chùa Liên Hoa)
한국으로 이주해온 베트남 근로자와 이주여성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베트남 불자들이 법회에 참석할 수 있는 공간인 Chùa Liên Hoa, 연화사(연꽃사찰)라는 뜻의 베트남 사찰이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구봉도에 위치한다.

베트남 현지와 다르게 상가건물에 만들어진 연화사지만 바다쪽을 바라보는 외부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내부로 들어가면 법당이 하나 있고, 법당 중앙에는 황금색으로 세워진 불상이 있다. 그리고 연화사 내부의 넓은 통창으로는 넓게 펼쳐진 대부도 갯벌이 보인다.

대부도 연화사의 주지 탁충다오 스님은 언어적 소통이 힘들었을 베트남 불자들이 베트남 절에서 마음의 위안을 삼고 그들의 언어로 부처님 법을 계속 공부해 나갈 수 있게 되어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우리의 땅에 들어와 삶의 터전을 일구는 이주민들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음식, 문화, 종교 등 수많은 무형의 것들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자리 잡는다. 우리는 이제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 문화, 종교에 잠식되지 않고, 참 진리이신 예수님을 이들에게 어떻게 전할지 기도와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으로 보는 도시와 사람들(8): 한국에서의 베트남_이태원 퀴논길 & 대부도 베트남사찰 연화사 정리| 장영순(SIR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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